초식동물 공격 막으려 줄기를 두껍게 보이도록 진화
서양에선 무독성 강조하며 ‘좋은 나무’라 학명 지어

봄철 새순이 나면 순을 채취해서 먹을 수 있는 나무들이 제법 많다. 그 중 하나가 화살나무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율곡수목원의 화살나무다.
봄철 새순이 나면 순을 채취해서 먹을 수 있는 나무들이 제법 많다. 그 중 하나가 화살나무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율곡수목원의 화살나무다.

봄이 되면 ‘상춘’이라 하며 꽃으로 봄을 맞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새순에 더 관심을 둔다. 1년에 딱 한 번 연한 새순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무의 경우는 순을 먹을 수 있는 날짜도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더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봄나무들의 새순이다.  

이렇게 여린 순을 따서 먹는 나무들을 대충 살펴보면 두릅나무, 옻나무, 음나무, 참죽나무, 뽕나무. 조팝나무, 화살나무 등,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나무들은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일도 있지만, 생활공간 인근에서 대체로 다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엔 이들 나무를 집안의 울타리로 삼았으니 더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집의 울타리를 담장으로 바꿔 이 나무들은 숨바꼭질 하듯 산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오늘은 이렇게 새순을 먹을 수 있으면서 울타리나 조경수로 많이 심는 화살나무를 살펴본다. 

화살나무는 나무줄기의 껍질이 화살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전(鬼箭)’, ‘귀전우(鬼箭羽)’ 등으로 불렀다. 귀신의 화살, 또는 귀신의 화살 깃이라고 부른 것이다. 

사물을 보는 사람들의 눈은 똑같은 듯하다. 화살의 깃처럼 생긴 나무의 특징을 잡아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화살나무는 왜 껍질의 일부를 화살의 깃처럼 보이게 진화한 것일까. 키가 크지 않은 나무들의 고민은 초식동물들의 공격이다. 이들의 먹이 사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었다. 순을 인간들에게 내놓는 나무들이 대체로 그렇다.

이 나무들에 가시가 유독 많은 이유다. 새순은 자라서 광합성을 통해 나무에 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이 순을 보호하기 위해 음나무나 두릅, 옻나무들이 가시로 무장을 하는 것이다. 이른 봄 화살나무의 순은 쌉쌀한 맛이 나고 부드러워 초식동물들도 눈독을 들였을 것이다.

화살나무도 비슷한 이유로 깃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화살 깃처럼 성장한 부분이 나무를 더 굵게 보이도록 해서 초식동물들의 접근을 막았다는 것이다. 

화살나무는 나무의 줄기가 화살의 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은 과천 서울랜드에 식재된 화살나무의 줄기 부분이다.
화살나무는 나무의 줄기가 화살의 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은 과천 서울랜드에 식재된 화살나무의 줄기 부분이다.

화살나무의 학명은 에우오니무스이다. ‘좋다’는 뜻의 그리스어 ‘에우eu’와 ‘이름’을 의미하는 ‘오노마 onoma’가 합쳐진 단어다. 즉 좋은 이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좀 생뚱맞다. 왜 좋다고 하는 것일까. 

이유는 독이 없어서다. 많은 나무들이 초식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독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이 나무는 그런 독이 없어서 이름을 그리 지었다는 것이다. 《본초강목》에도 화살나무에는 독이 없다고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동양의 옛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독이 없어서 초식동물들이 접근할 수는 있지만, 이 나무를 건드리는 동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날개깃의 코르크 재질 부분을 ‘수베린’이라고 하는데, 초식동물이 좋아할 당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퍼석한 식감에 맛도 없어서 아예 눈길마저 주지 않을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화살나무의 코르크 부분이 사람들에겐 유용한 것 같다. 

《동의보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헛소리를 하고 가위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배속에 있는 기생충을 죽인다. 또한 산후 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한다”며 부인병을 포함한 다양한 쓰임새를 적고 있다. 

화살나무의 꽃은 5~6월의 늦은 봄에 황록색으로 핀다. 녹색 계열이라 잘 구분할 수 없지만, 꽃이 지고 10월쯤 붉은 열매가 맺히면 나무의 존재감은 분명해진다. 

초록의 이파리가 붉은 물감으로 물들인 듯 짙은 단풍을 머금게 된다. 가을 단풍의 구성원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생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에 조경수로 이 나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화살나무의 형제 나무로는 잎, 꽃, 열매 등의 모양이 이 나무와 거의 같지만, 가지에 코르크 날개가 달리지 않는 회잎나무와 참빗살나무 등이 있다. 삼신할머니가 화살나무에게 붙인 날개를 잊고 달아주지 않아 그리 됐다고 전한다. 그 때문인지 화살나무보다 회잎나무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