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윤동주 시인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이명자 대표 “좋아하던 시인 오래 기억되길 바라”

충남 논산의 내국양조는 지난 2000년에 설립돼 줄곧 약성을 가진 약주와 소주 등을 생산해왔다. 현재는 이명자 대표<사진>가 이끌면서 10여 정도의 술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는 내실 있는 양조장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시다. 이 시가 술의 레이블이 돼 되살아났다. ‘별 헤는 밤’ 이후 두 번째다.

물론 시 ‘별 헤는 밤’은 ‘술 헤는 밤’으로 페러디해서 사용한 경우라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출시한 술 4종류에 각각 하나씩 제목을 붙인 경우다. 그 주인공은 충남 논산에 있는 내국양조(대표 이명자)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의 서거 77주년이자 탄생 105주년을 맞는 해다. 그래서 출판계에서도 시인의 시집을 새롭게 복간하는 등 다양한 기획들이 펼쳐졌다. 시인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함이다.

내국양조의 이명자 대표도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상품을 기획했고, 여기에 그의 대표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붙인 것이다.

원래 이명자 대표와의 인터뷰는 올 연초로 잡혀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으로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차일피일 미루게 됐고, 결국 지난달 하순에 논산에 있는 그의 양조장에서 인터뷰를 갖게 됐다.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역시 윤동주였다. “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술 이름으로 가져왔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그의 외로움이 좋았다”고 즉답한다. 평소 좋아하던 시인이었는데, 그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술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헌정주다. 이 대표는 또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 ‘고향’이 먼저 떠오른다”며 “고향의 향수가 느껴지는 술”을 담으려 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감성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기획의 변을 대신했다.

이 대표가 발표한 술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다. 하늘은 오크 침출을 시킨 보리소주(알코올 도수 45%)이며 바람은 쌀소주(20도), 별은 올벼(찐 찹쌀)로 빚은 약주(15도)며, 시는 딸기로 빚은 과실주(13도)다.

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소주와 약주 과실주, 소주도 쌀과 보리로 구분하고 보리소주는 오크칩으로 침출을 시켰다. 또한 술에 들어간 재료들은 모두 지역의 것들이다. 쌀은 물론 보리와 딸기까지 논산에서 많이 재배되는 것으로 술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내국양조에서 만들어지던 술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원래 내국양조의 술은 직관적이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술 이름을 보면 어떤 술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술을 만들어왔다.

지난 2000년 내국양조의 설립 이래 줄곧 그래왔다. 처음 기획해서 만든 술은 강소주와 능이주. 그리고 이어서 송이주, 착한소주, 화주 등. 어떤 술인지, 그리고 어떤 부재료를 사용했는지 충분히 이름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술들이다.

특히 내국양조의 술은 약주와 같은 느낌의 술이 많다. 양조장의 이름부터 ‘내국’이니 당연한 일이다. 내국은 궁궐에 있는 ‘내의원’을 말한다. 임금과 왕가의 질병을 다스리는 곳이다.

내국양조가 처음 출시한 술은 중앙에 있는 능이주(약주)와 강주(소주)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홍삼을 넣은 화주와 송이를 넣은 송이주 등을 생산해오다 올해 윤동주 시인 서거 77주년과 탄생 105주년을 맞아 그의 시 제목을 딴 ‘하늘(왼쪽 끝)’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시했다.

그리고 술도 약의 하나였다. 내국양조는 출발부터 약이 되는 술을 생각하며 출발한 양조장인 것이다. 능이주와 송이주, 그리고 홍삼주와 오가피술 등 모두 약성을 살려 만든 술이다.

그런데 술에서 ‘약내’가 나면 술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명자 대표의 지론. 그래서 내국양조의 약주류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살균 병입 전에 1년 정도 숙성을 한다. 그렇게 약내를 제어한 술들이 만들어 음식과의 페어링이 좋다고 말한다.

이런 술들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 수출도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일반에 홍보되지 않아 낯선 까닭은 우리나라 술이 대기업 술을 중심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국양조의 약주는 전통주점에서 꾸준히 찾는 술이라고 한다.

일례로 허브와 꽃향기를 가진 능이버섯을 넣어 만든 능이주는 도수가 높지 않아 가벼운 질감과 산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깔끔하게 음용할 수 있다. 내국양조의 대표적인 술로 22년의 역사를 이어온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술이기도 하다.

2007년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국제 와인대회 동상, 2008년 LA 국제와인대회 은상을 수상했다. 또 2016년 한식재단 충남 대표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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