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홍성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홍성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생경했지만 이제는 도로를 운행하다 보면 하늘색 번호판을 단 전기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전기자동차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경제성은 물론이고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자율주행 같은 첨단기술과 접목된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 교통수단이라는 긍정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전해지는 전기자동차 화재 관련 뉴스는 이런 전기자동차의 장밋빛 모습과는 상반된 부정적인 그림자도 보여 준다. 2020년 서울 용산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의 화재 사고 등 끊임없이 전해지는 전기차 화재사고 소식은 우리들로 하여금 전기자동차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과 우려, 그리고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게 하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듯 언론에 노출된 전기자동차 화재는 실제 교통사고 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화재 발생률이 낮다는 것이 팩트다. 전기자동차가 사고시 화재 위험이 높은 자동차라는 건 잘못된 인식인 것이다.

실제 2020년 기준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의 차량 1만대당 화재발생률을 비교해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차량 1만대당 1.88%인 반면 전기자동차는 1.63%로 전기자동차의 화재발생률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13.3%(0.2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2020년 소방청이 집계한 전기자동차 화재의 원인을 살펴보면 전기적 요인이 40건, 기계적 요인 10건, 미상 5건, 교통사고 5건으로, 실제 전기자동차의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사고는 7%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자동차에 대한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중들의 고전압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걱정과 우려 때문이며 고전압배터리 특성상 불안정한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전기적 반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예방하기 위해 전기자동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는 고전압배터리에 대한 침수실험, 충돌실험, 압착실험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고전압배터리의 안전성을 평가해 친환경 인증평가를 수행 중이며, 실제 국내 출시 전기자동차를 대상으로 국제기준의 자동차안전도 평가 충돌실험을 해 자동차 제작사로 하여금 전기자동차 충돌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자동차안전도 평가와는 별개로 자동차보험업계에서도 전기자동차 충돌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최근 우리 연구소(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실제 도로상에서 빈번이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고 유형을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충돌실험으로 재현하고 사고 후 전기자동차의 성능 변화와 안전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3, 현대 제네시스 GV60, 코나EV 등 국내 시판 3개 전기자동차 모델을 대상으로 후측방 충돌과 측면충돌 사고 유형에 대해 충돌속도 10~40km/h 범위에서 총 21회 충돌 시험을 진행했고, 시험 결과 최대 10G(중력가속도 10배) 수준의 충격량에서도 전기 자동차의 고전압배터리뿐만 아니라 주요 전기부품 모두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후 전기자동차의 하부에 장착돼 있는 고전압 배터리는 외관상 파손 흔적이 없었으며, 충전 성능이나 온도, 전류 등 성능을 가늠하는 수치도 충돌 전후 차이가 없었다. 수리비는 충돌시 파손된 외판 수리에 소요된 200~300만원 수준으로 산출됐다.

자동차보험업계는 연내에 전기자동차 고전압배터리 보상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파손 및 기능상 문제가 없는 경미한 사고에서도 고전압배터리를 교환해야 되지 않나라는 부정적 인식을 선제적으로 계도하고, 정비자료 및 수리가이드를 마련해 전기자동차 시장 초기부터 잘못된 정비 관행을 막기 위한 큰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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