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 높은 기업 옥석 가리기 열중
관계형 금융 취급실적 1년 새 2.1조↑

시중은행들이 미래 성장 가치가 높은 중소·벤처기업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관계형 금융’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계형 금융은 주로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에서 추구하는 영업 전략이었으나,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지속가능 경영 등 기업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투자기관의 주요 평가 지표가 되자 시중은행들도 저변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8일부터 19일까지 ‘제10차 중소기업 성장지원을 위한 투자대상기업 공모’를 실시한다. 모집 대상은 스타트업 등 혁신성과 성장성을 보유한 중소법인으로 우리은행과 금융거래가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기술성, 사업성 평가 등의 내부 심사 단계를 거쳐 올해 12월까지 약 10곳 내외의 투자 대상기업을 선정,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의 방식으로 각 기업에 10억원 이내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28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글로벌 진출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현지화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교류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웨비나·교육·네트워킹 등 행사 진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 기관이 보유한 해외자원을 활용해 유망 중소기업의 현지화 진출을 추진하고, 핀테크·플랫폼·AI(인공지능) 등 디지털 분야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금융·투자 지원과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도 제공한다.

SC제일은행도 지난달 29일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금융 IT 분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 받고 평가하는 데모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하이퍼사이언스(인공지능(AI) 기반 문서처리 시스템) △피데스 어드바이저리(기업부실 사전 진단 서비스) △콴텍(디지털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딥브레인에이아이(가상인간을 활용한 비대면 고객 대응) △페이스피에이팍(안면인식 솔루션) △앤톡(빅데이터 기반 기업 평가) △투디지트(개인화 금융 뉴스 추천) 등 7개 회사가 유망 기업으로 선정됐다.

SC제일은행은 이번에 선정된 7개 회사에 대해 계열사 SC벤처스 및 다른 회사들과 함께 지분투자, 합작 회사 설립, 해외 진출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또 업무에 적용할만한 기술이나 서비스의 경우 추후 검증 과정을 거쳐 은행 실무에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관계형 금융 구축에 집중하는 건 영업 수완을 넓히려는 지방은행과 달리 ESG 경영 확립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지속적인 실사로 인력이 많이 드는 공장 등 기업보단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 중에서도 장기적 사업 수완이 좋은 옥석을 가리기 위해 금융지원 심사팀에 투입할 전문인력 확보에도 열중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매년 공개하는 ‘관계형 금융 취급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관계형 금융 잔액은 12조4000억원으로 전년말(10조3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20.8%) 증가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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