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국립농업과학원 강희윤 박사 핵심 연구과제
효모 발굴, 양조공정·술맛 개선, 향미 설명 표준화

전주에 있는 국립농업과학원의 강희윤 박사는 우리 술의 품질 개선을 위해 양조공정, 술맛 개선 및 효모 발굴 등의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발효가공식품 실험동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희윤 박사.
전주에 있는 국립농업과학원의 강희윤 박사는 우리 술의 품질 개선을 위해 양조공정, 술맛 개선 및 효모 발굴 등의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발효가공식품 실험동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희윤 박사.

구획된 실험실 공간에는 브랜디 증류기를 포함해 5종류 정도의 동증류기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구석구석에는 각종 실험도구와 기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공간 구성만으로도 증류와 관련한 기술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8월 중순 전주 농업진흥청의 국립농업과학원의 발효가공식품 실험동을 찾았다. 우리 농산물 소비를 위해 술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강희윤 연구사(박사)를 만나 농진청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술 지원사업을 들었다.

강희윤 박사가 하는 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농진청에서 발굴한 토종효모의 특성을 평가해서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효모를 찾아내고, 양조 과정을 현대화하는 한편 술맛을 개선하고 우리 술에서 나는 향기를 객관화하는 작업을 한다.

이를 하나로 정리하면 국내산 농산물로 만드는 우리 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드는 기초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풀어쓰면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빚어오던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맥주와 증류주의 맛을 개선하기 위해 각 주종에 맞는 효모를 발굴해서 발효력과 풍미를 높이고, 발효과정에서 술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찾아내 재료 혹은 양조기술을 개선한다.

그리고 농진청에서 개발한 쌀이나 곡물로 발효주를 만들 때 생산자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양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한편 주종별로 술이 지닌 향미 성분을 찾아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단어로 향을 설명할 수 있는 플레이버 키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강 박사는 자신의 업무와 연결된 ‘바로미2’ 사업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바로미2는 최근 정부가 국내산 쌀로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새로운 쌀 품종이다. 기존 쌀들은 가루를 내려면 물을 먹여 제분해야 했지만, 바로미2는 밀처럼 건식제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발굴한 효모는 민간에 기술이전돼 상업양조를 하는 양조장에 공급되고 있다. 사진은 시판 중에 있는 종국과 효모 등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발굴한 효모는 민간에 기술이전돼 상업양조를 하는 양조장에 공급되고 있다. 사진은 시판 중에 있는 종국과 효모 등이다.

강 박사는 이 같은 특징을 지닌 바로미2를 무증자 발효에 적용했다. 막걸리를 만들 때 쌀을 찌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쌀가루를 내지 않고 바로 발효시킬 수 있다는 것. 이 품종을 자신들이 개발한 발효 기술을 적용하면 발효 기간이 3주에서 2주로 단축되고, 수율도 알코올 도수 13%에서 15~16%까지 나와 30% 이상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강 박사의 설명이다.

이미 강 박사 팀이 개발한 발효 기술은 가평과 당진, 강릉, 성산포 등에서 만들고 있는 지역소주와 술샘의 미르 라이트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바로미2와 발효기술을 동시에 적용한 사업도 경기도 오산양조와 전남 곡성 시향가 등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품질 개선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술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쓴맛과 거북한 맛을 내는 주요인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젊은 소비자들이 기피하는 누룩향과 관련해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는 것. 단일 미생물을 사용하는 경우와 달리 누룩처럼 복합 미생물이 발효에 개입하는 경우는 발생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과일을 이용한 과실주의 경우는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변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내는 한편 증류 과정까지 연결한 품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수입대체효과까지 낼 수 있는 사업이 효모 발굴사업이다. 특히 효모는 술의 풍미는 물론 발효력 등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이다.

최근에는 농진청과 환경부 등에서도 우리 땅에서 효모를 찾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강 박사는 농진청에서 찾은 효모들의 특성을 연구해서 최근 두 종류의 효모를 민간(수원발효)에 기술이전을 하여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는 단맛의 술을 만드는 ‘Y263’이고, 다른 하나는 알코올의 생산능력이 탁월한 ‘N9’이다. N9의 경우는 지역소주 사업에 이미 적용되어 품질을 인정받고 점점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농진청에는 30여 종의 활용 가능한 효모가 있는데, 순차적으로 제품화할 수 있도록 특성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