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지난 2008년 실손보험에 가입한 A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 초과환급금 발생 시 보험사에 초과금을 반환하겠다는 각서를 요구받았다. 각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주장에 A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지난 2009년 9월 이전에는 실손보험약관에 본인부담금 상한액을 초과하는 환급액과 관련해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제정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면책사유로 명시됐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초과환급금은 과연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야 할까. 이를 두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 대법원, 하급심 법원, 한국소비자보호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09년 9월 이전의 실손보험약관 관련 사안에서 환급금이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15다246957 판결에서 피보험자는 보험회사에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최근 소비자분쟁조정결정과 여러 하급심 판결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사후환급은 가입자에게 그 금액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의 특수한 형태의 현금급여로 환급금이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은 본인부담금상한제로 인해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이 ‘보상하지 아니한 손해’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광주지방법원도 이와 유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여러 기관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지만, 사후환급금 지급의 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후환급금을 어떤 취지에서 지급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단은 지난 2015년 ‘실손의료보험회사의 본인부담상한제 자료요구 민원대응방법 통보’에서 “본임부담상한제는 의료비로 이미 지출한 비용을 현금으로 환급받게 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외의 소비재를 추가로 소비할 수 있는 소득보전 성격의 금품”으로 명시했다.

의료비로 지출되는 비용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 있으니 소득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소득보전 차원임이 분명하기에 보험사가 이를 차감할 수 없다.

하지만 보험사는 피보험자에 지급될 보험금에서 이를 차감하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보전 용도의 사후환급금은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귀속되고 만다.

지급 주체인 공단에서도 보험사가 차감할 금원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고, 약관에 차감할 근거도 없는데도 이를 차감하고 지급하겠다는 보험회사의 주장은 억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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