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규 전 증권금융사장, 다음달 초 선임 예정
정통 전직 금융관료…“당국 규제 등 해결 기대”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후보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후보자

여신협회장에 또다시 관료 출신이 내정됐다. 여신업계는 힘 있는 관 출신 인사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13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정완규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획득해 회장 후보자로 총회에 단독 추천된 것과 관련, 정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제13대 여신금융협회장으로 최종 선임되면 앞으로 3년간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을 이끌게 된다. 

정 후보자는 대표적인 정통 관료 출신 인사로 꼽힌다. 1963년생으로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금융정보분석원장(FIU) 등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빅테크와의 경쟁 등 현재 여신업계의 업황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정 후보자와 같은 당국과의 대외 협상이 유리한 전직 관료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산업과 금융이 융합되고 있는 환경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여신금융업체들이 하고 있는 영역에 굉장히 활발하게 들어오고 있는 반면 여신업계가 다양한 서비스로 진출하는 데는 감독당국의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전직 관료 출신으로서) 업계의 요청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이른바 ICT 공룡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덕으로 여신업계의 텃밭인 결제‧대출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나가고 있다. 반면 카드사 등 여신업계는 당국 규제로 점유율 하향을 겪고 있어 일명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소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의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결제액은 49.7%인데 반해 카드사 등 금융사는 27.6%로 빅테크보다 2배가량 낮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출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올해 5월 기준 개인사업자 250만명을 대상으로 대출 사업을 진행하며 총대출액 1600억원을 넘겨 여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10년 넘게 이어져 온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현재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에 신음 중이다. 당국이 카드수수료 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꾸린지 약 7개월이 됐지만 논의에 진척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관 출신 인사도 의미가 없어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정 후보자가 원활히 수행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주현 전 협회장은 금융위에서 핵심 보직을 역임한 전형적인 정통 전직 관료로 기대를 모은 바 있지만 취임 이후 발표한 금융혁신 과제 36개 중 여신업계를 위한 정책은 단 2개에 그쳤다. 

게다가 관료 출신에게 늘 제기되는 낙하산 인사라는 우려에 정 후보자가 친정을 상대로 업계를 대변할 것인지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가 적폐로 지적되면서 금융 기관장에 대부분 민간 출신이 기용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여신협회를 포함해 여타의 금융위 산하 비영리법인 수장직에 전직 관료들이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관치금융 고착화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위 출신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정희수 생보협회장,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친 정지원 손보협회장 등이 관료 및 정계 출신 인사다. 

다만 노조는 전직 타이틀에 대한 선입견보다는 우선 업권의 이익이 중요하다며 기량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출신보다는 여신전문금융업계의 권익이나 발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다”며 “일단 정 후보자가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긴 한데 시작하기 전 상황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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