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의 농가형 와이너리 ‘월류원’
가당 않고 풍미 가득한 레드와인 생산

충북 영동에서 3대에 걸쳐 포도를 생산하면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월류원의 박천명 대표가 와이너리의 숙성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숙성실에 있는 오크통은 충북 영동산으로 월류원에서 생산하는 캠벨품종으로 빚은 와인을 숙성하는데 활용한다. ‘그랑티그르S1974’는 이 오크통에서 3년간 숙성을 거친 뒤 세상에 나온다.
충북 영동에서 3대에 걸쳐 포도를 생산하면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월류원의 박천명 대표가 와이너리의 숙성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숙성실에 있는 오크통은 충북 영동산으로 월류원에서 생산하는 캠벨품종으로 빚은 와인을 숙성하는데 활용한다. ‘그랑티그르S1974’는 이 오크통에서 3년간 숙성을 거친 뒤 세상에 나온다.

3대에 걸쳐 포도 농사를 지어온 지 근 50년이 돼가는 와이너리가 있다.

할아버지가 일군 포도원을 아버지가 이었고, 지금은 아들인 자신이 농사를 도우면서 와인까지 빚고 있다. 와인을 빚은 지는 이제 7년째. 그런데 그 짧은 기간에 50여 차례나 상을 받았다. 술맛을 향한 그의 집념이 낳은 결과다.

충북 영동의 황간면에 있는 월류원(박천명 대표, 48)이 그 주인공이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라는 각광받는 IT 분야에 종사하다 와인에 천착한 것은 귀촌한 지 이태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처음 귀촌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 교육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담은 포도주를 맛보고 박 대표는 천국을 맛보았다고 한다. 와인 양조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어머니의 정성으로 담은 엄마표 와인 한잔이 그에게 양조인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회심’은 이렇게 마음으로 다가와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와인의 묘미를 접하게 된 박 대표는 그해에 유원대학교 와인양조아카데미를 등록하고 3~4년간 체계적으로 양조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5년 주류제조 면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데 국산와인 초창기부터 캠벨얼리 품종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지적받던 품종이다. 즉 좋은 와인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아 품종을 바꾼 농가형 와이너리가 제법 된다. 그런데도 그는 품종을 고수하고 있다.

아버지와 그가 농사짓는 1만평 규모의 포도원에서 주로 자라는 포도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캠벨얼리 품종이다. 1908년 처음 시배됐으니 이 땅에 들어온 지 114년이 된 포도 품종이다. 처음 외국에서 들어와 시험 재배했던 153종의 포도 중에 지금까지 사랑받는 몇 안 되는 포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사랑받고 있지만, 사실 이 포도는 와인 양조보다는 식용과 주스용으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이다. 이유는 양조하기에 당도(20브릭스 정도)가 낮고 와인의 뼈대를 만드는 탄닌감이 없는 데다 ‘폭시 플레이버’까지 갖고 있어 맛과 향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폭시 플레이버는 미국 품종에서 주로 나는 독특한 포도의 과육향을 뜻한다. 캠벨얼리도 미국에서 들어와 이 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이런 한계를 넘어섰다. 그만의 양조법을 찾으며, 어떻게든 캠벨얼리로 한국의 명품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찾은 방법이 아이스 방식이었다.

국세청 주류제조면허지원센터에서 특허를 낸 ‘포도 머스트를 동결 후 해동 처리하는 농축 과실주 제조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 방식을 거치면 가당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와인의 알코올 도수(12도)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벼웠던 와인의 질감도 두터워지고 맛도 풍부해진다. 캠벨얼리의 과일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후한 풍미가 곁들여지니 소비자들도 깜짝 놀랄 맛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렇게 단점을 극복해서 만들어낸 그의 와인은 ‘그랑티그르S1974’다. 이 와인은 영동산 오크통에 3년을 숙성시켰다. 대전아시아와인트로피에 처음 출전해서 바로 실버메달을 받기도 했다.

월류원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그랑티그르’와 ‘베베마루’ 두 브랜드로 출시된다. 베베마루는 단맛의 와인으로 초보자들이 즐기는 와인이며 그랑티그르는 중급 이상의 와인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와인이다. 사진은 포도 머스트를 동결시켜 당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만든 캠벨 와인을 오크통에서 3년 숙성시킨 ‘그랑티그르S1974’ 와인이다.
월류원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그랑티그르’와 ‘베베마루’ 두 브랜드로 출시된다. 베베마루는 단맛의 와인으로 초보자들이 즐기는 와인이며 그랑티그르는 중급 이상의 와인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와인이다. 사진은 포도 머스트를 동결시켜 당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만든 캠벨 와인을 오크통에서 3년 숙성시킨 ‘그랑티그르S1974’ 와인이다.

월류원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크게 ‘그랑티그르’와 ‘베베마루’로 브랜드가 나뉜다. 그랑티그르는 근처에 있는 반야사 대웅전 뒤편에 있는 백화산 큰 호랑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파쇄석이 마치 호랑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할아버지가 처음 포도를 식재한 1974년이 호랑이해였기 때문에 그는 그랑티그로로 고급와인의 브랜드를 삼기로 했다. 앞서 말한 그랑티그르S1974 외에 그랑티그르M1988과 그랑티그르SE2002 등의 와인도 생산한다. M1988은 캠벨얼리와 오미자를 블렌딩한 와인이며, SE2002는 캠벨얼리 단일품종으로 빚은 와인이다.

이와 함께 ‘베베마루’는 아이와 마루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합성한 브랜드인데, 초보자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와인으로 기획한 대중적인 상표다. 베베마루에는 스위트 레드와인인 ‘아내를 위한(10도)’과 감와인 ‘내를 위한(12도)’, 그리고 로제와인인 ‘설레임(12도)’ 등이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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