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용 카드 1400만장 육박
“실적 압박에 신규발급 과해져”

휴면카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휴면카드는 발급된 이후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카드를 일컫는다. 그간 휴면카드는 도난, 분실, 복제 등 금융 사고에 대한 위험으로 우려를 불러일으켜 왔다. 다만 현재는 IC 카드로 변경이 됐기 때문에 복제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미사용 카드에 대한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카드사가 회원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카드를 남발하는 경우 신규 회원 유치나 카드 제작·유통 등에서 비용이 낭비돼 결국 그 부담을 고객이 떠안을 수 있다.

19일 여신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휴면카드 수는 총 1374만매로 집계됐다. 상반기 누적된 신용카드 발급 수가 1억2081만매인 것을 고려하면 8~9장당 1장은 서랍 속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카드에서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2분기에는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2021년 3분기 (15.5%)부터, 4분기(16%), 올해 1분기 (18%)까지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카드사별로 구분하면 미사용 규모는 KB국민카드가 174만매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롯데카드 163만5000매, 신한카드 163만3000매, 현대카드 157만8000매, 삼성카드 135만9000매, 우리카드 125만8000매, 하나카드가 139만9000매 순이었다.

전체 카드 중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카드가 13.99%로 가장 높았다. 13.74%를 기록한 롯데카드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우리카드 12.77%, KB국민카드 10.90%, 현대카드 9.16%, 삼성카드 8.74%, 신한카드 7.93% 순으로 이어졌다. 

휴면카드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건 카드사의 신용판매 점유율(MS) 경쟁이 심화한 탓이다.

실제로 2년 전 10만원을 밑돌던 신규 이용자 이벤트 혜택은 현재 20만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우리카드는 지난 7월까지 카카오페이 앱에서 카드 개설시 최대 21만 원을 페이포인트로 제공했다.

더욱이 카드사들은 마케팅 경쟁으로 매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지난 8월 이용 중인 신용카드는 총 1100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미사용 카드 축소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드사가 카드 발급 증가를 위해 목표를 정하고 카드 모집인에게 실적 압박을 가한다”라며 “소비자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데 (카드 모집인이) 푸시를 하는 식으로 억지로 발급받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발급이 수요보다 과해져 휴면카드가 된다. (카드사의) 베네핏 제공으로 필요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규 발급 경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필요한 카드가 될까 강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사용 빈도를 늘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만 늘어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휴면카드의 증가가 혜택만 챙기고 수시로 카드 갈아타기를 반복하는 일명 ‘체리피커’의 탓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발급할 때 지급되는 리워드를 받기 위해 카드를 6개월에 한 번씩 만드는 것도 작용할 테고, 또 상품들의 혜택을 비교하면서 여러 장을 쓰기 때문에 휴면카드가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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