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잇단 현장 검사에 살얼음판
“교묘해진 수법…꼼꼼하게 대출해야”

대형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금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대형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금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2022년 9월 22일 17: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에 급제동이 걸렸다.

2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애큐온저축은행은 오늘부터 2주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시검사를 받는다.

이번 검사는 올해 앞서 시행한 페퍼저축은행, OK저축은행에 이은 3번째 현장 검사다. 애큐온저축은행 이후에는 SBI저축은행에 대한 검사가 시행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현장 검사의 주 안건이 개인사업자 대출 내 불법대출 시행 여부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장 검사가 시행됐거나 예정된 4개사는 개인사업자 대출금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이다. <표 참조>

특히 지난 4월 페퍼저축은행 수시검사 당시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작업대출을 시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작업대출 규모는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작업대출은 사업자등록증, 소득증명서류, 재직증명서 등 대출신청자 정보가 기재된 서류의 위·변조를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는 불법대출을 일컫는다.

최근 업계 내에서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대출모집인 등이 서류를 조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가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주는 수법이 횡행했다. 사업자 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에서 벗어난 점을 노린 것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신청 시점에 서류상으론 모두 적법했다. 이후 대출모집인이 서류를 위·변조한 상황이다 보니 이를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현재는 금감원에 관련 내용을 소명하는 중이며 사후관리에도 더욱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건 비단 4개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 저축은행(총자산 기준) 10개사의 올 3월말 개인사업자 대출금은 14조4636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3835억원) 대비 72.5% 증가했다.

4개사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증가율이 높게 집계된 곳도 있다. 상상인저축은행(140%), 웰컴저축은행(85%), 한국투자저축은행(70%) 등이다.

대출 총량제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에 치중한 영향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사업자 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업계 내 사업자 주담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작업대출 조직이 서류를 위·변조해 부당하게 대출을 취급받은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히며 이들을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경고 이후에도 연달아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액이 많은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 만큼 업계는 해당 대출 취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작업대출을 전문으로 일삼는 조직들이 금융기관에 걸리지 않는 교묘한 수법으로 불법행위를 벌인다는 점도 저축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하는 걸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업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 브로커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이전보다 대출을 꼼꼼하게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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