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특허 기술로 ‘죽력’ 생산, 술은 지난해 출시
대통대입술 증류하고 죽력·생강·석창포 등 넣어 생산

전남 담양에서 ‘추성주’를 빚고 있는 양대수 명인이 양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추성주는 인근 연동사의 스님들이 빚던 술인데, 양 명인의 집안에서 전수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추성고을은 전통은 전통대로 지키면서 젊은 층이 좋아하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으로 유명하다.
전남 담양에서 ‘추성주’를 빚고 있는 양대수 명인이 양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추성주는 인근 연동사의 스님들이 빚던 술인데, 양 명인의 집안에서 전수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추성고을은 전통은 전통대로 지키면서 젊은 층이 좋아하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으로 유명하다.

나무를 다룬 식물도감에서 찾을 수 없는 나무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가을이면 산길을 도토리로 채우는 참나무고, 다른 하나는 대나무다. 참나무는 여섯 개의 나무가 참나뭇과에 속한 경우여서 그렇고 대나무는 나무라고 부르지만, 벼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사철 푸르게 그리고 곧게 서 있는 모습에서 곧은 절개를 느꼈던 선조들은 나무라는 호칭으로 존경의 뜻을 대신한 듯하다. 물론 대나무에 대한 사랑은 우리만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남도 땅을 걷다 보면 쉽게 대숲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한 곳이 담양이다. 대나무의 고장이라고 할 만큼 대숲으로 이뤄진 유명한 공원도 있고, 죽세공품도 알아주는 곳이다. 대나무가 많으니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술이 빠질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추월산을 사이에 두고 담양과 정읍에서 모두 대나무를 이용한 술이 나온다.

지천으로 있는 재료이니 여러 곳에서 대나무술을 생각했을 것이다. 담양에선 ‘추성주’를 만드는 양대수 명인이 ‘대통대입술’에 이어 지난해부터 ‘죽력고’를 생산하고 있고, 정읍에선 드라이한 막걸리의 대명사 ‘송명섭막걸리’를 만드는 송명섭 명인이 지난 2002년부터 명인의 죽력고를 만들고 있다.

햇수로는 양 명인의 죽력고가 한참 후발이지만, 대나무의 액기스인 ‘죽력’을 만들기 위해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식품공전’에 올리고, 관련 기술을 특허 등록하는 등 죽력 관련 기술을 갖추는 노력은 양 명인이 한발 빨랐다.

죽력은 목초액의 일종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응급할 때 쓰기 위해 가정상비약처럼 가지고 있었던 물질이다. 그런데 이 죽력을 만드는 방법이 고되 아무나 가질 수는 없었다.

대나무를 잘게 쪼개서 항아리에 넣고, 밀봉한 후 왕겨를 덮고 불을 지펴 겨가 재가 될 때까지 기다려 얻는 것이 죽력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얻은 죽력에는 중금속은 물론 타르 성분까지 몸에 해로운 성분들이 있어 잘 걸려서 약으로 사용해왔다고 한다.

이 같은 죽력 추출 방식에 문제점을 느낀 양대수 명인은 아예 대량으로 죽력을 추출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 식약처에서 문제 삼는 타르와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지 않도록 자신의 아이디어를 짜내 3번의 실패 끝에 현재의 기계를 만들어 죽력을 추출하고 있다.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그래서 추성고을의 추성주도 대나무로 만든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위한 가성비 있는 ‘죽력고’를 만들어달라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지난해부터 ‘담양죽력고’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죽력고 40도(왼쪽)와 25도 제품이다.

양 명인은 이중으로 된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의 빈 곳에 섭씨 400도까지만 온도가 올라가는 기름 성분을 집어넣어 과열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24시간 가열한다고 한다. 상압으로 가열하는 만큼 중금속 성분은 기체로 날아가고, 간접 가열 방식으로 대나무를 고우는 만큼 타르 성분의 발생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추출한 죽력을 6개월마다 전문업체에 성분분석을 의뢰해 자가품질조사 결과를 식약청에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식품공전에 이름을 올리고 관련 특허를 내는 한편 기계까지 만든 것이 지난 2002년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대수 명인은 죽력을 바로 술로 연결 짓지 않았다. 정읍에서 죽력고를 만드는 송명섭 명인을 배려한 까닭이다. 민속주 등 전통주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데,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다 5년 전쯤 우리 술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부국상사의 김보성 대표가 젊은 층에서도 즐길 수 있는 죽력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왔단다. 송명섭 명인의 죽력고는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만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으니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위한 술을 만들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담양의 추성고을에서도 죽력고를 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명인의 죽력고와의 혼동을 피하고자 ‘담양죽력고’라고 이름 지었다.

현재 추성고을에선 알코올 도수 25도(소비자가 1만3000원)의 죽력고를 팔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 40도의 고급 버전(소비자가 6만5000원)도 최근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보성 부국상사 대표는 “가성비 덕분에 담양죽력고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송명섭 명인의 죽력고와 시장이 다른 만큼 시장에서의 반응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담양죽력고 덕분에 선택의 폭이 넓어져 죽력고 시장 자체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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