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사건사고에 ‘CEO 리스크’ 절정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일제히 해외 출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2022년 9월 26일 9: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잇단 ‘내부통제 부실’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완전판매 온상이 된 사모펀드 사태 뒷수습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횡령사고, 이상 외환거래까지 연신 적발돼 허술한 경영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곧 열릴 국정감사가 최고경영자(CEO) 책임론의 전장이 될 전망이다.


신뢰 까먹는 횡령사고에 속수무책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사고 피해액은 매년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17년 144억원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9년 131억원, 2020년 177억원, 지난해 261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사별 임직원 횡령액은 우리은행이 716억원으로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는 지역(단위)농협 153억원, 하나은행 69억원, 수협 68억원, 신협 61억원, NH농협은행 29억원, IBK기업은행 27억원, KB손해보험 12억원, 삼성생명 8억원, 신한은행 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잇단 횡령사고 발생은 국내 금융회사의 내·외부의 감시 및 감독체계의 총체적 부실 실태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불법 환치기? 수상한 외환거래 10조


최근 은행권에서 일어난 대규모 이상 외환거래도 논란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국내 은행들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외화 자금 검사 과정에서 이상 외화송금 혐의업체 82개사(중복업체 제외), 이상 송금 규모 72억2000만달러(약 10조1000억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상 거래로 추정되는 상당액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됐다는 점에서 가상화폐 시세 차익을 노린 불법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일부 은행직원의 위법행위 정황을 발견해 관련 정보를 유관기관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상 해외 송금 거래 조사는 지난 6월 우리·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인 외환 거래 사례를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했다.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 외 다른 은행들에도 2021년 이후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요청했고, 전면적인 현장·서면 검사에 돌입해 의심 사례를 추가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상 외환거래 발생과 관련 아직 검사 진행 중이라 범죄 발생 가능성 및 책임 소재 등에 관해 명확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도 “검사결과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공에만 외치는 ‘회장님 줄소환’


올해 상반기 금융권을 휩쓴 내부통제 부실 사건사고에 이번 국정감사에선 금융사 CEO들의 줄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28일 국회 정무위에서 “문제가 발생한 은행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려는 노력에 왜 미진했는지 엄하게 책임을 물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경영관리의 궁극적 총책임자인 금융지주 회장들은 국감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업계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금융지주 수장들 모두 미국에서 내달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결정했다.

일부 회장들은 연차총회가 끝난 후 주요국 관계자들과 투자자들 대상의 해외 기업설명회(IR) 일정도 연달아 소화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저평가된 주가 부양 문제보다 시급한 각종 내부통제 사건사고 발생에 대한 소명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도피성 출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게 금융 산업이다. 인사관리 허점, 문서관리 부실, 실효성 없는 감시기능 등 내부통제 리스크로 금융권 국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아무리 국제 경제회의 참석일지언정 총책임자들의 부재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올해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5대 시중은행장 전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확정이 되려면 여야 간사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하나, 여당(국민의힘) 측에서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어 이변이 없는 한 은행장 증인 채택이 기정 사실화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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