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만 자생, 군집 이뤄 생활
중부유럽의 대표 수종, 식량으로도 사용했던 나무

너도밤나무는 중부유럽의 대표수종이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온통 너도밤나무가 휩쓸만큼 토양과 잘 어울리는 수종이다. 때로는 식량이 되어주기도 하고 나무는 가구로 사용한다. 사진은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의 유럽너도밤나무이다.
너도밤나무는 중부유럽의 대표수종이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온통 너도밤나무가 휩쓸만큼 토양과 잘 어울리는 수종이다. 때로는 식량이 되어주기도 하고 나무는 가구로 사용한다. 사진은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의 유럽너도밤나무이다.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나무가 하나 있다. 이 나무의 경우는 한반도에서도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화석만 발견된다고 한다. 너도밤나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밤나무처럼 생겼지만 밤나무는 아니다. 열매도 밤과 달리 삼각형 모양이다. 그런데 이 이름이 붙은 것이 남쪽에 있는 나도밤나무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울릉도에 사람들이 이주해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이라고 하는데 당시 남쪽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를 많이 했다고 한다. 먹을거리로 너도밤나무의 열매를 채집했는데 나무의 생김새가 남쪽에 있는 나도밤나무와 비슷해서 이와 구분하기 위해 너도밤나무라고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다.

물론 율곡과 관련한 이야기도 하나 있다. 율곡이 어려서 호환(虎患)의 사주가 있다고 해서 지나가던 도사가 밤나무 1000그루를 심으라고 해서 집안에선 정성껏 밤나무 숲을 일궜다고 한다.

율곡이 스물이 됐을 때 어떤 사람이 찾아와 율곡을 내놓으라고 했단다.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가 깜짝 놀라며 거절했다. 1000그루의 밤나무를 정성을 다해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를 세워보니 한그루가 부족했단다. 그때 옆에 있는 나무 하나를 두고 너도 밤나무인데 왜 가만히 있느냐해서 그 나무까지 포함시켰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도밤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화는 어쩔 수 없을 듯하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말이다. 너도밤나무는 중부유럽의 대표 수종이다. 대부분의 산지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산림전문가와 도시계획가 등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중부유럽은 온통 너도밤나무 천지였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많이 있다고 한다. 특히 너도밤나무는 곱게 자란 나무여서 환경이 어려워지면 바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건조함, 영양분 결핍, 돌이 많은 토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럴 때 너도밤나무는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죽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추운 겨울이 너도밤나무에게 혹독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살아있는 나무는 없고 화석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육지에서 만나는 너도밤나무는 최근에 심어 관리하는 나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울릉도에서 너도밤나무가 살고 있다. 육지에서는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데 추운 한반도의 기후에 잘 맞지 않아서 살지 못했다고 한다. 사진은 울릉도의 너도밤나무, 섬잣나무, 솔송나무 군락지이다. 천연기념물 제50호로 지정돼 있다. <사진 : 문화재청>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의 나무다. 밤나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밤나무는 우리 기후에 잘 자라고 있다. 참나무 6형제도 마찬가지다. 이 나무들은 너도밤나무보다 건조한 기후와 추위에 더 잘 견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겨울에 건조하면서 추운 기후대에선 참나무가 잘 자라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산림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참나무 수풀지역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일본에선 중부유럽처럼 너도밤나무가 잘 자라 너도밤나무 지역이라고 한다.

나무의 특징이 다르긴 하지만 너도밤나무는 참나무 6형제처럼 인간의 먹을거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기근이 들면 너도밤나무의 열매를 모아 식량으로 이용한다.

너도밤나무의 속명인 ‘파구스(fagus)’는 그리스어로 ‘먹을 수 있는 줄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너도밤나무의 열매를 식량으로 이용했다. 물론 인간뿐이 아니다.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숲에서 도토리와 너도밤나무의 열매는 멧돼지들의 식량이기도 하다.

식량뿐이 아니다. 이 나무의 껍질(부드러운 수피)은 오랫동안 ‘쓸 것’으로 이용되었다.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너도밤나무 껍질에 글을 새겼고, 색슨족과 초기 튜턴족은 이 나무의 판자에 룬 문자를 조각했다. 고서의 본문은 양피지로 만들고, 표지는 너도밤나무의 목판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책(book)이라는 단어가 앵글로색슨어 ‘boc’에서 왔다고 한다. 이 단어의 뜻은 너도밤나무 목재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가구 목재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점박이 무늬가 박힌 이 나무의 목재는 쪼개고 모양을 잡고 하는 작업을 하기 쉬워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연장의 손잡이, 그릇, 의자 등에 이용되었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나뭇결을 가지고 있어서 큰 가구에도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단골 목재라고 한다.

한편 울릉도의 너도밤나무는 섬잣나무와 솔송나무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50호로 지정돼 있다.

성인봉과 나래분지 등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군락을 이루는 까닭은 덩치에 비해 뿌리가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군집을 선택했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