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혁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분산투자 역시 같은 의미로 투자자가 꼭 지켜야 할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하락하는 시장환경에서 과연 분산투자가 의미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을 부분적으로 이해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분산투자는 자산분산, 시간분산, 지역분산, 통화분산으로 세분할 수 있다. 현재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이론을 한 번이라도 공부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필자는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리뷰하고 점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실제 분산투자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분산투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자산분산이란 위험자산 또는 안전자산 등 서로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방식으로 투자 대상은 주식, 채권, 부동산, 예금·현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분산투자를 언급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 바로 자산분산이다.

시간분산은 단기, 중기, 장기, 적립식 투자 등으로 구분할 할 수 있는데 특정 테마 또는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는 주로 단기적인 투자, 즉 전술적 투자에 적합한 상품 유형이다. 패시브(Passive) 투자로 대표되는 인덱스펀드 또는 자산배분형 펀드는 중, 장기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에 적합한 상품 유형이다.

적립식 투자는 소액으로 정기적인 투자를 통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달러 코스트 에버리지(Dollar Cost Average) 효과를 활용한다. 투자 초기에 시장이 하락했다 일정 기간 이후 상승할 때 유리한데, 최근 같은 시장 환경에 적합한 투자 방식이다.

지역분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다양한 시장에 투자하며 동시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국시장 선호 현상으로 대부분의 투자는 국내시장에만 한정됐으나 최근 들어 전 세계 기업과 종목까지 직접 투자하는 GBK(Global Brokerage) 방식이 흔한 일이 됐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여건으로 최근 국내 증시는 다른 국가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지역분산을 통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는데, 지역분산이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통화분산은 지역분산과 바로 연결된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미국 달러로, 영국에 대한 투자는 영국 파운드로, 유럽에 대한 투자는 유로화로 투자하게 된다. 투자 대상 지역의 통화로 모두 분산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최소한 글로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필자 경험상 4가지 분산투자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통화분산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뛰어넘은 2022년 9월 29일 현재,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역외펀드를 보유했거나 환헤지를 하지 않는 원화로 투자하는 해외펀드를 보유한 경우라면 시장 하락에 따른 손실을 환율 상승으로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통화분산을 통한 헤지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분산 원칙이 모두 지켜질 때 비로소 분산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과 같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시장환경에서도 지역분산, 시간분산, 통화분산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한편 분산투자에 있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절차가 바로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실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S&P500 지수가 2007년 전 고점을 회복하는데 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던 반면, 분산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예일대 자산배분모형은 약 2년여 만에 전고점을 회복했다.

참고로 예일대 자산배분 모형은 미국 주식 30%, 선진국 주식 15%, 신흥시장 주식 5%, 부동산 20%, 미국 장기채 15%, 물가연동채권 15%의 비율로 분산투자와 리밸런싱을 병행했다.

결국 분산투자와 리밸런싱은 정기적으로 진행돼야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커진 시장환경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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