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방어 위한 외환당국 매도 여파
“외환위기 아냐” 한은, 이례적 브리핑

지난달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매도)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달러)보다 196억6000만달러나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9월 감소율(-4.5%)은 역대 32번째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을 달리다가 7월 반등했으나 8월과 9월 다시 두 달 연속 빠졌다.

이에 대해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달러화 평가 절상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 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올 2분기에만 환율방어를 위해 시장에 154억9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외환 순거래액(매입액-매도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19년 3월 이후 최대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40원선을 뚫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외환 매도액은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94억1000만달러)이 한 달 전보다 155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예치금(141억9000만달러)과 특별인출권(SDR·141억5000만달러),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2억3000만달러)도 각 37억1000만달러, 3억1000만달러, 1억달러 줄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364억달러)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54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921억달러)과 스위스(9491억달러), 러시아(5657억달러), 인도(5604억달러), 대만(545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한은은 통상적으로 월별 외환보유액 통계를 발표하면서 별도 언론 브리핑(설명회)을 하지 않지만, 이번 9월 통계의 경우 이례적으로 오 국장 등 실무자들이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른 것에 대한 ‘외환위기’ 가능성 등 우려와 논란을 적극적으로 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오 국장은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이번에 세계 8위로 올라섰다”며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을 유지하고 있는 점, 낮은 단기외채 비율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위기에 대응하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말 신용평가기관 피치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같은 신용등급 국가들과 비교해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외환위기라는 표현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묘사하는데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