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한 포도 5톤 중에 90% 이상 드라이와인 양조
와인 양조 2년, 영동와인 품평회서 베스트상 받아

충북 영동의 율와이너리는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연간 5000병을 생산하는데 90% 이상이 드라이한 맛의 와인이다. 사진은 율와이너리의 이진희(오른쪽), 이성삼 대표 부부가 양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충북 영동의 율와이너리는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연간 5000병을 생산하는데 90% 이상이 드라이한 맛의 와인이다. 사진은 율와이너리의 이진희(오른쪽), 이성삼 대표 부부가 양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포도원을 조성하기 위해 연꽃밭을 파내고 바위와 자갈, 마사토 등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토질을 먼저 개선한 뒤 1년생 포도나무 묘목을 심은 지 5년이 됐다. 3년이 됐을 때 부부는 포도를 수확해 첫 번째 와인을 빚었고, 올해 세 번째 빈티지의 양조에 들어간다. 그런데 전체 수확량 4~5톤 중 90%의 포도를 드라이한 맛의 와인 양조에 사용한다.

행보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은 와이너리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에 있는 율와이너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진희 율와이너리 대표가 포도원을 조성한 것은 2018년의 일이다. 영동의 주요 와이너리에 비해 시작이 늦다.

그런데 맛으로 느껴지는 양조장의 내공은 남다르다. 해마다 영동군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모아놓고 품평회를 하는데 2년 차밖에 안 된 율와이너리의 ‘화이트드라이’와 ‘레드드라이’가 올해는 베스트상을 받았다.

맛에서 차별화되자 자연스럽게 와인 전문가들의 시선이 이곳에 모이고 있다. 대전의 한 와인 전문 판매점에서는 일정 수량의 ‘로제드라이’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납품해 줄 것을 타진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율와이너리의 연간 와인생산량은 대략 5000병(750㎖ 기준) 수준이다. 생산량이 많지 않으니 이 같은 시장의 니즈에 대응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게다가 요청한 와인이 로제와인인데 연간생산량이 주문량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이처럼 깜짝 내공을 펼치고 있는 율와이너리의 와인양조 이력을 살펴보자. 이 대표는 경찰공무원인 남편의 권유로 와인 양조를 배우기 시작했다. 올해로 꽉 채운 10년이다. 유원대학교에 개설된 와인아카데미 과정에서 와인양조는 물론 소믈리에 과정, 와인인문학, 와이너리 탐방 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와인을 공부해왔다. 인생 항로가 와인으로 정해져서인지 올해는 아예 유원대학교의 와인사이언스학과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와인 공부를 하는 중이다.

율와이너리가 영동군의 다른 와이너리들과 차별화된 지점은 재배하고 있는 포도품종에서도 나타난다. 보통은 레드와인 양조용으로 캠벨얼리와 산머루, MBA 등을 키우지만, 율와이너리는 ‘충랑’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율와이너리는 영동에서 많이 재배하는 캠벨얼리가 아닌 신품종 ‘충랑’으로 레드와 로제와인을 생산한다. 화이트는 청수품종으로 만드는데 모두 직접 포도원에서 재배한 포도들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레드드라이, 레드스위트, 화이트, 로제와인이다.

이 품종은 충북 농업기술연구원에서 캠벨얼리와 고처(거봉의 일종) 품종을 교배해서 새롭게 만든 포도다. 포도 열매가 굵으며 껍질이 두껍고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다. 당도는 18브릭스 정도이며 장미나 제라늄 등이 꽃향이 난다고 한다. 씨앗이 없고 껍질이 두꺼워 부드러운 타닌을 얻을 수 있어 와인의 질감을 돋울 수 있는 품종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을 잘 반영해서 만든 와인이 ‘레드드라이’와 ‘로제드라이’다. 레드드라이는 바디감을 위해 산머루를 일부 섞어서 양조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맛을 좌우할 만큼 산머루를 많이 넣지는 않는다고 한다. 충랑 품종의 특징을 살리면서 와인의 빛깔 등에서 도움을 받을 정도만 블렌딩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레드스위트’의 경우는 충랑 품종만을 이용한다. 로제와인과 화이트와인은 각각 충랑과 청수 품종을 사용해서 빚는데 맛의 지향점은 레드처럼 드라이하다. 즉 레드스위트를 제외한 모든 와인은 드라이한 맛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처음부터 드라이한 와인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처음 와인을 접했을 때는 달달한 맛의 스위트한 와인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유원대학교 아카데미 과정을 밟으면서 시음한 드라이한 맛의 샤도네이가 맛의 세계를 바꿔놓았다고 한다.

드라이한데도 풍미와 발란스가 너무 좋아서 잊을 수 없었고, 자신의 포도주도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힘들게 키운 포도이므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맛의 방향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사실 이 같은 결정은 와이너리 입장에서 모험과도 같은 선택이다.

국산와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데다 맛까지 드라이에 치중하면 많이 찾지 않을 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듯 율와이너리는 ‘드라이와인의 명가’가 되어 가고 있다. 많은 생산량은 아니지만, 그 해 생산한 와인은 다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대표는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있다. 대중적인 술을 기획해서 보다 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대표가 결정한 것은 내년에는 MBA 품종으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와이너리의 이름처럼 양조의 ‘황금률’을 찾아왔듯 그는 MBA의 ‘율’을 만들 것이다. 포도원 한편에는 여전히 연꽃이 피어있고, 포도원과 양조장을 가르듯 서 있는 산머루나무의 군집을 보고 있으면 율의 술맛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한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와이너리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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