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펫 김승현 이사 인터뷰

장기보험 취급하려면 ‘소액단기’ 인가로는 불가능
노령견일수록 보험 필요한데 가격인상 최소화해야
모아둔 건강 데이터로 가격낮춰 펫 활성화 나설 것

핏펫이 반려동물 보험(이하 펫보험)을 위해 손해보험사 설립에 뛰어들었다. 설립 요건이 비교적 낮은 소액단기보험사도 아닌 종합 손해보험사가 목표다. 

핏펫은 설립 5년차에 누적 투자규모 600억원을 넘어선 반려동물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핏펫의 보험사 설립 태스크포스(T/F) 수장인 김승현 이사(CFO)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핏펫 본사를 찾았다.

김 이사는 “반려동물을 먹이고, 입히고, 놀이를 하는 용품을 판매하는 걸 넘어 아플 땐 병원을 소개해주고,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보험까지 파이프라인을 전반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이 우리 헬스케어 플랫폼의 본질”이라고 보험사 설립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반려동물보험(이하 펫보험)만을 전문으로 다루려는 회사에게 종합 손해보험사는 여간 진심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도전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반려동물, 여행·레저, 스마트폰 등 일상영역의 위험을 보장하는 전문보험사의 등장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사 설립요건에 해당하는 최소 자본금을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춘 소액단기보험사 제도를 만든 바 있다. 

핏펫은 소액단기보험사로는 제대로 된 펫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봤다. 소액단기보험사는 △보험기간 1년짜리 상품을 △연간 총수입보험료 500억원 한도까지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최소 10년 이상을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평생을 책임지려면 장기보험 취급이 불가피한데, 우리나라에서 장기보험을 팔려면 종합 손해보험사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보험의 장점은 보험료의 안정성”이라며 “펫보험이 필요한 이유는 반려동물을 오래 키우는 분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오른다면 정작 보험의 혜택이 필요한 노령견이 됐을 때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의료비 부담은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손해보험사들은 펫보험의 ‘평생보장’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2020년 메리츠화재가 3년 갱신, 최장 20년 보장의 장기 펫보험을 처음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도 장기 펫보험에 뛰어들었다. 처음 펫보험 시장에 진입하는 플레이어에게 보장기간 1년짜리 펫보험 상품만 팔라는 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이사는 “현재 국내 펫보험의 침투율은 1%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가 약 200억원이 넘는 보험료 수입(원수보험료 기준)을 거두는 시장이 됐다”라며 “펫 전문보험사 설립 이후 5년 정도면 침투율 10% 이상에 약 3000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예상하고 있는데 소액단기보험사의 연간 수입보험료 한도는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험 시장에 특화된 기존 보험사가 펫보험 활성화에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는 “인보험 판매에 특화된 설계사 조직이 펫보험에 판매하는 것은 전문성 있는 상품 컨설팅이 어려워 결국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의 피해가 전가되는 한계가 있다”라며 “반려동물과 반려동물 보호자를 잘 이해하는 게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려동물 관련 소비를 주도하는 2040 여성층은 디지털, 특히 모바일에 친숙하다”라며 “핏펫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펫보험을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핏펫만이 가진 정교한 데이터와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반려인의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이사는 “핏펫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검사 키트로 모은 건강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가 남긴 50만건의 진료비 영수증이 있다”라며 “어떤 치료를 했을 때 얼마정도의 금액이 나온다는 걸 가늠할 정도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토대로 펫보험에서 보상해주던 치료비뿐만 아니라 별도의 큰 질병이나 질환에 대한 진단비를 보상해주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기존 펫보험 상품과 가격과 내용면에서 차별을 만들 수 있다. 보험금 허위청구도 데이터만으로 스크리닝 할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서 “사람보험 영역에서 활성화되지 못했던 건강증진형 보험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핏펫에서는 소변검사, 유전병 진단, 치아관리 등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를 미리 체크해보고, 산책을 시켜주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등의 건강증진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전에 반려동물의 건강을 잘 알고, 꼭 수술이 아니더라도 복약만으로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지금보다 보험료는 얼마든지 저렴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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