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 대상으로 대규모 인센티브 지급 나서
나홀로 ‘유사암 납면’ 판매 더해지며 매출 급상승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과잉 인센티브 지급 정황이 포착됐다. 메리츠화재가 최근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업계간 맺은 유사암 관련 신사협정을 깨트린 이면에는 대규모 인센티브를 동원한 시장지배력 확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메리츠화재가 법인보험대리점을 대상으로 내건 인센티브(시책) 관련 자료.
10월 메리츠화재가 법인보험대리점을 대상으로 내건 인센티브(시책) 관련 자료.

2022년 10월 13일 15:56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책 1000% 가동…“규제 무쓸모”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달 초 GA설계사가 장기보장성 인보험 판매 시 지급하는 시책(판매수수료를 제외한 현금 인센티브)을 가입자가 내는 월 납입보험료의 최대 500%까지 늘렸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자체로 진행하는 시책일 뿐이다.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인카금융서비스, 프라임에셋, 아너스금융, 한국보험금융, 더블유에셋, 글로벌금융 등은 이달 메리츠화재 상품을 판매할 경우 실적에 따라 최대 1000%에 달하는 시책을 지급한다고 내걸었다. 

현재 보험업법에서는 초년도에 모집종사자(설계사)가 받는 수수료와 시책을 월 납입보험료의 12배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일명 ‘1200%룰’ 규제다. 메리츠화재의 경우처럼 보험료의 5~10배에 달하는 수수료와 시책이 지급되면 모집수수료 규제를 위반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

앞서 지난달에도 손보사들은 최대 600~900%에 달하는 시책을 GA를 통해 우회 지급(관련기사 9월 20일자 ‘보험사-GA의 밀월 “시책 900% 쏩니다”’)하는 등 모집수수료 규제를 피해왔다. 1200%룰이 시작된 후 200~300%에 머물렀던 시책 규모가 갑자기 뛰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이유는 1200%룰이 보험사가 지급하는 초년도 수수료 규모만 통제하기 때문이다. 보험판매 이후 13차월부터는 수수료로 얼마를 집행하든 보험사 자율이다. 또 GA가 소속설계사에게 직접 지급하는 시책은 모집수수료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13차월 이후에 지급하는 수수료까지 GA가 미리 당겨서 지급하는 식으로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며 “초년도에 과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게 불건전한 계약을 양산한다는 지적 때문에 나온 규제인데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수수료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판매 익월부터 1년 내 지급하는 수수료는 1200%룰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초년도 수수료는 1200% 안에서만 지급된다. 나머지는 GA가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GA들은 메리츠화재 상품 판매 시 1000%에 달하는 시책을 집행한다는 식의 안내를 하고 있다. 
대형 GA들은 메리츠화재 상품 판매 시 1000%에 달하는 시책을 집행한다는 식의 안내를 하고 있다. 

‘유사암 협정’ 깨지자 꺼내든 카드


보험업계는 메리츠화재가 꺼내든 고액의 시책비가 금감원과 손보사간 협정을 깨트린 이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과 손보사들은 이달 1일부터 판매되는 모든 보험상품에 △유사암 진단비 담보의 가입한도를 일반암 진단비의 20%로 줄이고 △유사암 진단시 향후 내야할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유사암 납입면제 특약의 범위를 50%로 축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모든 손보사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유사암 납입면제 특약의 판매를 중단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현재 유사암 진단비 가입한도를 전달보다 상향하고, 납입면제 100%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면서 협정에서 빠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달 현재 유사암 납입면제 100%를 판매하는 손보사는 메리츠화재 뿐이다. 과열 경쟁까지 불러일으킨 담보를 홀로 판매하는데다 높은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니 메리츠화재의 1주차 GA채널 매출이 상당했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과 보험사간 협정은 과열경쟁으로 치닫는 유사암 담보에 대해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도출됐기 때문”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지키지 않는 보험사가 생길 순 있다. 하지만 이와 맞물려 과도하게 집행되는 시책을 보면 너무한다 싶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 금감원은 유사암 진단비 상품의 보장한도가 실제 소요되는 치료비와 소득보전 수준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관련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험업계에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전체 손보사와의 회의에서 유사암 납입면제 50% 방식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재 안내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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