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비원퓨어’ 국내외 품평회서 여러 차례 수상
2년 숙성 브랜디 ‘환희’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받아

2009년 귀농해서 2015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산막와이너리. 사진은 양조와 마케팅 등을 분담하고 있는 김정환(맨왼쪽)-안성분(맨오른쪽) 대표 부부가 딸 김영 씨, 사위 윤영준 씨(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2009년 귀농해서 2015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산막와이너리. 사진은 양조와 마케팅 등을 분담하고 있는 김정환(맨왼쪽)-안성분(맨오른쪽) 대표 부부가 딸 김영 씨, 사위 윤영준 씨(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술맛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는 국산 와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매번 마실 때마다 가격이 너무 착해서 꼭 취재하고 싶었던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 나름 술맛을 인정받는 곳이라는 뜻이다. 충북 영동에 있는 산막와이너리의 술 이야기다.

얼마나 가격이 저렴하길래 이렇게 이야기하느냐는 독자들을 위해 몇 개만 가격을 소개한다. 우선 요즘 드라이한 맛의 와인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산머루 와인 ‘비원 퓨어’는 네이버 판매가격이 2만7천 원 수준이다. 다른 곳의 산머루 와인의 경우 5만 원을 넘어선다. 캠벨과 산머루를 블랜딩한 ‘비원’의 경우는 2만 원에 못 미친다.

드라이한 맛의 캠벨 와인들이 3~4만 원 정도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산막와이너리 관계자를 만나게 되면 꼭 묻게 되는 질문이 가격이었다.

“한국와인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데일리 와인으로라도 우리 시장에서 안착했으면 합니다. 그럴러면 최소한 중저가 수입와인하고 경쟁이 되어야 하는데, 가격경쟁력이 우선해야죠. 그래서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막와이너러이의 김영(41) 매니저의 이야기다. 양조를 책임지는 아버지(김정환, 66)의 뜻이 너무 확고하다고 한다. 같은 가격대의 수입와인과 비교해서 더 맛이 좋아야 우리 와인을 찾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산막와이너리가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의 일이다. 2009년 영동으로 내려온 어머니 안성분(66, 와이너리 대표) 씨가 귀농을 결정하면서 찾은 곳이 충북 영동이었다. 이곳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유원대학교의 와인아카데미를 들으면서 양조를 배운 것이 산막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고향은 서울이다. 서울 토박이 안 대표가 이곳에 내려온 것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전원에 살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자신의 버킷리스트 제일 위에 적혀 있던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내려와 터를 잡고, 가족들을 불러 들이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던 김영 매니저는 2018년에 산막에 합류한다. 그런데 그냥 내려온 것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명 요리학원인 꼬르동블루에서 와인 단기 코스를 동생과 함께 다닌 뒤에 귀촌한다. 와인 양조와 소믈리에 등의 교육을 받고 내려와 가족경영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충북 영동 산막와이너리는 총 8종의 와인과 브랜디 등을 생산한다.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산막의 제품 중 올해 한국와인대상에서 3종류가 골드상을 받았다. 사진 좌측부터 ‘비원’ ‘미’ ‘환희’(브랜디) 순이다.
충북 영동 산막와이너리는 총 8종의 와인과 브랜디 등을 생산한다.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산막의 제품 중 올해 한국와인대상에서 3종류가 골드상을 받았다. 사진 좌측부터 ‘비원’ ‘미’ ‘환희’(브랜디) 순이다.

산막와이너리의 포도원은 3000평 규모이며 캠벨 얼리와 청수, 산머루 등을 키우고 있다. 이 포도로 빚는 술은 모두 8종이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곳의 시그니처 와인은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은 ‘비원’과 ‘비원퓨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에 열린 파리와인컵에서 비원과 비원퓨어가 각각 브론즈상과 실버상을 받았고, 영동와인축제 기간에 열린 2022년 한국와인대상에서도 ‘비원’이 골드상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비원와 비원퓨어의 레이블은 안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을 이용했다. 예술을 술과 잘 결합한 또 하나의 사례다.

이와 함께 청수 품종으로 빚은 화이트와인 ‘라라’, 캠벨 얼리로만 빚은 ‘화몽’, 아로니아로 빚은 ‘아로퓨어’ 등의 와인이 있으며 생산 중인 6개의 와인 중에 유일하게 단맛을 내는 와인 ‘미’도 있다. 미의 경우 지난 2018년에서야 생산하고 있으니 그만큼 산막이 드라이한 맛을 추구하는 와이너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는 2022년 한국와인대상에서 비원과 함께 골드상을 받기도 했다.

또 하나의 골드상이 있는데 2017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브랜디 ‘환희’이다. 2년 동안 오크 숙성을 거친 브랜디로 이번에 제대로 술맛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증류주를 생산하면 가능해지는 술이 하나 있다. 주정강화와인이 바로 그것. 산막에선 ‘초련’이라는 이름의 포트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산막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지금은 데일리 와인을 추구하지만, 산막의 시선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1000평 규모의 포도원을 별도로 조성해 카베르네 쇼비뇽 1000주를 식재했다.

3년 차가 돼야 술을 빚을 수 있고, 그리고 그 술을 최소 2년 정도 오크통에 숙성할 예정이니 5년 뒤에는 산막에서 만든 카베르네 쇼비뇽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명품와인을 만들고 싶은 와이너리의 꿈은 장기 비전을 갖고 이렇게 가족이 같이 협업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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