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은 물론 사대부 정원, 사찰 경내에 많이 식재
신비한 ‘침향’ 향기 최고로 쳐, 매향 통해서 제조

고대부터 제의 때 빠지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향’이다. 분향은 행사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향 중 가장 귀하게 여긴 것이 ‘침향’이었고, 이를 얻기 위해 향나무를 갯벌에 수백 년 묻어두는 매향 행사를 전국적으로 펼쳤다. 사진은 궁궐에 있는 향나무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창덕궁의 향나무다. 75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태풍 피해 이후 용트림을 하는 모습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고대부터 제의 때 빠지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향’이다. 분향은 행사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향 중 가장 귀하게 여긴 것이 ‘침향’이었고, 이를 얻기 위해 향나무를 갯벌에 수백 년 묻어두는 매향 행사를 전국적으로 펼쳤다. 사진은 궁궐에 있는 향나무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창덕궁의 향나무다. 75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태풍 피해 이후 용트림을 하는 모습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서양의 향은 액체에서 출발하지만, 동양의 향은 고체에서 비롯된다. 향수와 향낭이 그 차이를 보여주는 물건이다. 향수는 액체에 다양한 향기 물질을 넣어 만들었다면 향낭은 향나무를 잘게 가루를 내어 주머니에 넣어 은은하게 향을 발현하도록 만든 것이다.

향은 나쁜 냄새를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기후 조건 때문에 자주 씻을 수 없는 곳에선 향을 통해 불쾌한 냄새를 없애려 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강수량이 극히 적은 서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권이다. 그래서 향수 소비량도 이들 지역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이처럼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하는 데 쓰고 있는 향은 원래 부정을 씻어내고 정신을 맑게 해 신명(神明)과 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즉 나쁜 냄새뿐만 아니라 삿된 기운까지도 사라지게 한다고 오래전부터 믿어왔기 때문에 향을 올려 제의의 공간을 더욱 성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같은 행위가 아직도 제사 의식에도 남아 있어 의례의 첫 순서로 먼저 향을 피우는 분향(焚香)을 하고 있다.

향을 뜻하는 ‘perfume’은 라틴어에서 왔는데 ‘연기를 통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제의였던 ‘헤카톰베’에서 그리스인들은 소 100마리의 뼈를 태워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신이 연기를 통해 제물을 취할 수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뼈가 타면서 내는 연기가 신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인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주로 사용한 향의 소재는 향나무다. 물론 최고의 향은 침향인데, 이를 쉽게 구할 수 없어서 향나무를 갯벌이나 강의 바닥에 묻는 매향(埋香)을 통해 얻고자 했다.

우선 침향은 특정 곰팡이의 세례를 듬뿍 받는 동남아시아의 침향나무에서 얻는다고 한다. 이 침향은 삼국시대부터 무역을 통해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침향을 태울 때 진기한 향기가 나는데 이것이 정신을 맑게 하고 건강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고 옛사람들은 믿었다.

그래서 보석보다 귀하게 여겼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왕과 귀족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침향목을 구할 수 없는 일반인들은 앞서 말한 매향을 통해 만들고자 했다.

갯벌과 짠 소금기, 그리고 갯벌 속에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 등의 향나무에 영향을 미쳐 좋은 향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침향에 집착한 것일까. 그것은 매향이 종교적 믿음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침향을 피워 극락왕생하고 싶은 욕망은 신분을 불문하고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불교의 미륵신앙이 연결돼 매향 행사는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내세에 미륵불을 만나서 올릴 좋은 향을 만들기 위해 살아 있을 때 향나무를 묻어놓았다가 미륵불이 다스릴 때 다시 태어나 그 향을 올려 성불한다는 종교적 믿음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은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곳에 향나무를 100년 이상 묻어두면 나무 전체가 향이 된다고 한다. 유명한 매향지는 고창 선운사 인근의 인천강을 비롯해 경남 사천 흥사리, 강릉 정동 등에서 매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향나무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따라서 유교 질서 하에 있었던 조선에서도 향나무는 특별한 존재였다. 궁은 물론 사대부의 정원, 유명사찰, 우물가에 주로 식재됐다. 현재 우리 궁궐에 있는 향나무 중에 가장 오래된 나무는 창덕궁에 있는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다.

약 750살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2010년 태풍 피해로 나무의 남쪽 가지는 잘렸고 북쪽 가지는 죽었으며 동쪽 가지는 꼬불꼬불한 형태로 자랐다. 마치 용의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기형적인 나무다.

그런데 제의 때 사용한 향은 이 나무에서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육지의 향나무보다 울릉도의 향나무를 더 쳐준 것으로 보인다. 정조 18년의 기록을 살펴보면 강원도 관찰사 심진현이 월송 만호 한창국을 시켜서 울릉도를 조사하고 조정에 보고하면서 ‘자단향’ 두 토막을 올려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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