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125경영컨설팅 오세천 대표

갈등의 갈(葛)은 ‘칡’, 등(藤)은 ‘등나무’를 의미한다.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서 서로 얽히고 설키어 아주 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두 나무는 질겨서 자르기도 힘들고, 뿌리가 깊어 뽑아내기도 힘드니 결국 하나가 죽어야 풀리게 된다.

갈등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사회나 조직에서 갈등이 적절하면 성장과 발전을 이루지만, 없으면 오히려 정체되고 지나치면 파괴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정치, 경제, 사회를 종합해 OECD 30개 회원국 중 3위로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언론사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Tapacross)에 의뢰해 종합지수화한 결과는 지난 2018년 1분기를 100으로 했을 때 2022년 1분기가 178.4로 걷잡을 수 없이 껑충 뛰었다.

그야말로 소송이 난무하는 ‘갈등공화국’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하나의 갈등이 해결돼도 쌓인 감정과 원한이 다시 폭발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 누적돼 이제는 분노성 방화 등으로 인명을 해치거나 갈등을 조정하는 재판에도 쉽게 승복하지 못한다.

가정에서 갈등으로 발생하는 이혼율, 내면세계와 현실적인 갈등에서 오는 자살률 또한 세계적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여기서 2010년대 초 포스코에서 ‘사랑받는 기업’ 만들기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감사나눔운동’에서 우리사회와 가정, 개인적인 갈등을 동시에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이 운동은 갈등예방과 해결의 가능성, 실행의 용이성과 효과성, 운동의 확산성, 경제성의 탁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운동은 직원 자신과 가족의 행복도를 올리는데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광양시청과 포항시청, 학교, 시민단체, 군부대,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크고 작은 긍정적인 결과들을 보여줬다.

아래는 손욱의 저서 『나는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의 일부다. 당시 포스코의 감사나눔운동 효과를 엿볼 수 있다.

「포스코는 직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경영진과 리더가 솔선수범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감사나눔운동’을 출발하여, 이후 자율적 추진을 위한 토론회, 공감대 형성을 위한 특강을 이어 갔다.

감사수첩, 학습동아리,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가족, 동료, 고객, 범사에 대한 ‘1일5감사’를 실천했다. 

그리고 서먹하게 지내던 부인에게, 군에 입대한 아들에게, 병환중인 어머니에게 100감사 편지를 쓰면서 가족이 하나가 되었다. 심지어는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어린 아이를 위해 부인과 함께 1,000개의 감사를 적은 사람도 있었다.

톱 경영진들은 전화나 SNS로 감사메세지를 전했다. 원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강요하지 않았지만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해서 자발적 참여를 권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감동적인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고, 긍정적인 언어의 사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동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사내 소통도 원활하게 되었다. 일터가 즐거워 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핸드레일을 잡으세요’, ‘안전모를 쓰세요’ 대신에 ‘핸드레일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전모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로 바뀌었다. 애사심도 증대되면서 퇴직자가 감사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감사의 대상이 현장의 설비로 확장되었다.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설비에 ‘감사합니다’라는 표지를 부착하고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자 트러블이 줄어드는 기적같은 일도 일어 났다.

이로써 포항제철소의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기계와 설비의 고장이 줄고 품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월평균 고장건수가 13건에서 1년만에 3건으로 줄었고, 불량률은 ‘마(魔)의 2%’를 깨고 1%대로 감소하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도요타가 ‘포스코 철강 제품의 품질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포스코가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자고 시작한 ‘감사나눔운동’에대해 ‘사랑받는 기업’ 모델을 제시한 라젠드라 시소디어(Rajendra Sisodia) 교수와 이해관계자 경영의 대가인 에드워드 프리먼(R. Edward Freeman)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사례보고서로 내놨고,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경영대 사례연구로 등재됐다. 

이에 대해 당시의 일간지들은 ‘연구팀이 포스코가 독특한 조직문화인 감사나눔운동으로 지역사회와 공생하고 기업의 성장만을 고려하지 않고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추구한 기업으로 묘사했다’고 전한다.

그룹회사인 포스코ICT에서 시작하여 포스코로 불이 옮겨가고, 이후 포항과 광양뿐 아니라 전국의 여러 기업, 지자체, 학교, 병영, 병원, 지역아동센터, 교도소 등등으로 지금도 번지고 있는 이 운동에서 나와 가정,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보았다.

감사(Gratitude)는 사회결속감(Social Integration)을 증진하고, 선(善)한 관계를 강화하고, 너그럽게 공감(Empathy)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로서 사회와 조직 구성원들의 갈등예방과 해소에 도움이 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갈등예방과 해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자!
「우선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갈등을 잠재우고 싶은가요? 
그러면 나에게 감사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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