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횡령 사태 등 국감 여야 십자포화
“회장의 성장 우선주의 때문…연임 염치없어”

농협금융지주 손병환 회장의 임기가 만료를 앞두면서 연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의 2기 체제에 대해 회의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 실적을 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계열사 내부 통제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와 농협 임직원 횡령에 대한 책임론으로 연임 가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 취임한 손병환 회장의 임기가 올 12월 말 종료되는 가운데 그가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동향을 보면 취임 이후 괄목한 성장을 이룬 것을 연임하는 데에 있어 근거로 제시한다”며 “(손 회장도) 특별하게 경영 실적에 무리가 없는 한 연임 신청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가 없어 본인이 원하면 이를 반대하기 어렵다. 특히 한번 회장직에 올라 사외이사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친정 체제로 구축만 하면 CEO의 장기 집권이 가능한 것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최근 국감 기간에 횡령 등 부정·비리, 옵티머스 부실 판매책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장기 체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매서운 질책으로 손 회장이 국감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켰던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서 지적이 제기되면서 특히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 손 회장에 대한 질타성 질의가 이어졌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어떻게 연임시킬 수 있냐”며 “농협 입장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안고 가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임기를 챙겨준다면 직원들에 대한 경각심은 어디서 확보하겠냐”고 손 회장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손 회장은 십자포화를 맞은 바 있다. 

당시 국감을 통해 이양수 간사는 “과거 대형 금융사고가 나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했는데 옵티머스 사태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연임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금융지주 대표가 총괄하는 입장에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특히 정 사장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위증을 한다는 논란에도 휩싸였었다.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에 당시 손 회장은 “임기도 내년 3월까지라는 점에서 중간교체가 부담된다고 판단해 계속 업무하도록 지시했다”며 “지주가 증권사 지분을 49%만 보유하고 있어 소액 주주와 관계도 고려해야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으로 위증죄 고발 여부까지 정치권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손 회장의 발언은 농협금융이 NH투자증권 지분율을 절반도 못 가지고 있어 정 사장의 사퇴나 해임에 일방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내용이었으나 사실상 이날 기준 지분율은 51.80%로 확인이 돼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그간 고액의 횡령·배임 사건이 벌어진 농협은행에 대한 통제 부실도 7일 국감 이슈 중 하나였다. 

주 의원은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 발생한 금융사고 현황을 봐도 총 사고금액 115억원 중 농협은행의 비중이 58.6%다. 건수는 다른 은행과 대동소이하지만 사고금액은 상당히 많다”며 “농협은행의 자체 자정 개념이나 통제개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내부 통제 시스템 부실 대한 질책을 가했다. 

주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은행권 사고액의 절반이 넘는 67억원이 농협은행 한 곳에서 횡령·배임으로 발생했다. 

특히 이 시기에 가족 명의로 무려 25억원을 부당대출한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 국민의힘 이양수 간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횡령금 중 9억원은 현재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농협의 사고 현황 중 금융지주에서의 규모는 지난 2020년 1억6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6억3000만원으로 무려 1544%나 뛰어올랐다.

해당 시기는 손 회장이 금융지주 사령탑으로 취임해 재직 중에 있던 때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은행장에 선임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에 올랐다.

더불어 지난해 계열사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이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503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시행한 부분에서도 손 회장은 정치권의 질책을 받았다. 이양수 간사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은 화천대유에 1100억원, 성남의뜰에는 1136억원 등 5056억원을 빌려줬는데 이는 전체 사업비의 32.3%를 차지한다. 

이와 같은 계열사의 사건·사고 논란은 내부 통제 허술이 원인으로 결국 연임을 위한 지주사 회장의 성장 우선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화 참여연대 선임 간사는 “회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 실적 위주로 경영을 운영하는데, 공격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부 통제 시스템이 완화되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농협의 경우 “옵티머스 사태 등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손 회장 역시 취임 후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전년과 비교해 32%가 증가한 규모로 2조29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바 있으며, 올해 역시 상반기 1조3505억원의 순이익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회의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농협을 포함한 금융지주사가 은행 등 계열사에 대해서 실적을 과도하게 압박했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통제가 안 되므로 인해 계열사는 피해를 봤다”며 “그런 상황에서 지주사 회장은 실적 성과만 받고 책임을 지지 않는 등 권한과 책임의 부주의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엄격하게 문제 제기가 있어야 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농협도 마찬가지로 횡령 등 여러 가지 사태가 있었으므로 연임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도 “손 회장은 최고 책임자다. 내부 통제 미작동에 대해서 최종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횡령·옵티머스 사태 등) 이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음에도 연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염치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지주사 측은 크게 논란이 될만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횡령 사건은 조합에서 많이 일어나서 금융지주의 영역이 아니다”며 “올해 같은 경우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에도 펀드를 판매하긴 했지만 수탁사에서 업무를 제대로 처리했으면 미리 알아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나은행이나 예탁원에도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일축했다.

대한금융신문 기획취재팀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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