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획]

플랫폼 독과점 방지 '방카룰' 씌워야
후불결제업, '스몰 라이선스'로 규제

[편집자주] 수십년간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사유화를 막기 위해 존재했던 ‘금산분리’는 이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빅블러 시대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 규제는 금융-산업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대한금융신문은 창간 27주년을 맞아 금융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각종 규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빅블러 시대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미 빅테크는 결제·송금, 예·적금, 대출, 자산관리, 보험 등 금융서비스에 뿌리를 내렸다. 소비자들은 그간 금융사의 디지털 반발로 높은 편의성을 지닌 빅테크 금융서비스를 선호하고 있지만 금융사는 빅테크 관련 규제가 미비한 만큼 공쟁경쟁을 위해 빅테크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험 파는 플랫폼, 설 자리 잃는 설계사


이르면 내달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상품 비교·판매가 가능해진다. 앞서 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온라인 플랫폼 금융상품 중개업을 혁심금융서비스를 활용,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음식과 주문을 중개하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처럼 보험을 비교해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우려가 큰 건 플랫폼 권력이다. 빅테크 사업모형의 특성상 소수에 의한 지배적 플랫폼이 구축되기 쉬워 불공정경쟁 및 독과점이 발생해 시장효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빅테크 기업은 ‘소비자 편익 증대’를 앞세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기존 사업자는 생존권을 이유로 결사항전에 나선 모양새다.

플랫폼 서비스가 오히려 소비자 편익에 반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수수료나 광고비 부과로 보험료 부담이 되려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진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서비스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정리에 나섰다. 플랫폼이 보험사에 불리한 거래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서비스 변경·제한·중단 시 사전 통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업계가 주장한 대형 플랫폼에 한해 방카슈랑스 25%룰을 참고해 플랫폼의 특정사 편중도 방지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이달 보험을 포함한 금융상품 비교·추천서비스를 시행할 금융상품 중개업자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을 포함한 20여곳이 신청했다.


후불결제 두고 이원 규제…형평성도 문제


카드사들과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이른바 빅테크들의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후불결제 서비스 등을 시작하면서 여전업계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생겨서다.

소액 후불결제는 간편결제 활성화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시범사업 형태로 인정한 사업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빅테크도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후불결제는 이용자에게 ‘신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업과 같은 여신 업무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일한 후불신용결제 기능이라는 영업행위에 대해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과 여신금융업법으로 이원적인 규제체계를 두고 있어 규제 차익(규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카드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카드 수수료율, 대손충당금 등에 대한 강한 규제를 받지만, 전자금융업자들이 수행하는 후불결제업무에 관한 규제는 없다. 여기에 향후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지속돼 시장에 안정적인 소비자층을 확보할 경우 이들 기업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의 후불신용결제 기능이 신용카드사의 후불 신용결제와 동일한 기능임에도 불구, 여신금융업법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카드사가 적용받는 ‘수수료 규제 및 건전성・영업행위 규제’를 모두 적용받지 않게 된다.

카드업계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후불결제를 지금보다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가 취약한 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스몰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즉 여신금융업법 체계에서 일원화해 규율하되, 신용카드업 보다 완화된 ‘소액후불결제업’ 도입 등 일부 보완을 통해 ‘동일 행위, 동일 규제’ 원칙이 지켜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자금융업과 신용카드업 간의 규제차익이 발생하고, 신용카드사와 빅테크간의 ‘공정경쟁’도 불가능하며, 향후 전자금융업자의 후불결제업무 관련 금융안정 저해 및 소비자보호 문제 발생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후불결제는 불법적인 방법(페이깡)으로의 이용도 우려되는바 제도권 내에서의 적절한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후불결제 수단이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바 기존 신용카드업을 포함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