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획]

빅테크만 비껴간 규제에 역차별 주장
대응 위해 규제완화·플랫폼 지원 절실

주요 빅테크 금융업 진출 방향

거침없는 빅테크 행보에 금융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며 혁신의 중심에 선 빅테크와 달리 보수적인 금융규제에 발목이 묶였기 때문이다.


빅테크 간편결제 기반해 거침없는 행보


네이버·카카오·토스, 이른바 ‘네카토’로 지칭되는 빅테크 업체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방침으로 다수의 소비자를 긁어모았다.

네이버는 전자상거래와 페이먼트를 결합한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해 빠르게 성장했다. 카카오는 간편송금과 간편결제 서비스 등 금융사 라이선스를 다양하게 확보해 플랫폼 강점을 살렸다. 토스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슈퍼 앱 전략으로 종합 플랫폼 입지를 다졌다.

빅테크가 주력사업인 비금융업에 비해 수익성이 낮음에도 금융업 진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입자 확보 및 충성도를 높여 주력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생활 밀착형 금융서비스인 간편결제를 통해 고객 ‘락인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간편결제는 공인 인증서 대신 PIN번호나 지문인식, 얼굴인식 등 간편 인증수단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다. 모바일에 미리 저장해둔 신용카드, 은행 계좌 등의 정보 또는 충전한 선불금 등을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이 높다.

빅테크들은 코로나 팬데믹 간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받으며 플랫폼 기반 간편결제 시스템인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을 필두로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다.

지난해 네이버·카카오·토스 3개사에서 간편결제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63조6700억원으로 2019년 대비(10조5900억원) 6배가량 증가했다.

빅테크 3개사 간편결제 이용금액 추이(자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혁신 목마른 금융사 "자율 필요해"


빅테크의 성장세를 바라보는 금융사들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업 특성상 전통적인 체계와 규율에 얽매이다 보니 빅테크들과 점차 성장 차이가 벌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금융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소비자를 모으는 빅테크를 보며 금융혁신에 목말라 있다.

이를테면 카드사들의 경우 금융규제에서 조금씩 빗겨나 있는 빅테크처럼 자율성을 더 보장받길 원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제도가 대표적이다.

카드업계는 지난 2012년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함께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율은 이와 같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율은 당국의 직접적인 규제 없이 수요와 공급 등 시장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결제업이라는 동일한 기능에 대해 다른 규제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올 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빅테크에도 수수료율 규제가 체계적으로 구축되는 듯했으나 결국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불합리한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지만, 당초 계획과 다르게 공시 제도 등 간접규제 방식에 머무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빅테크·핀테크 전문경영인(CEO) 간담회에서 감독당국이 간편결제 수수료율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관련 직접 규제가 카드사에만 적용되다 보니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빅테크들이 규제받지 않은 영향으로 비교적 높은 결제 수수료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플랫폼 점유율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결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는 것.

빅테크에 시장 자율성을 부여한 것처럼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시장 참여자 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외나무다리'서 만난 금융-빅테크


카드업계는 기나긴 논쟁 끝에도 변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원앱 전략 등 플랫폼 강화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간편결제·송금·마이데이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발돋움해 고객 유치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빅테크와의 공정한 경쟁환경이 구축되도록 당국의 플랫폼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산업뿐 아니라 금융에서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빅테크에 맞대응할 수 있게 카드사에 종합지급결제업 등을 허용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종합지급결제업은 은행·증권사만이 가능한 계좌 개설 업무를 비은행 기관에도 허용하는 라이선스다. 이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예금과 대출업무를 제외한 계좌기반 서비스를 취급할 수 있어 빅테크에 준하는 원스톱 종합금융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보험사들도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종지업 진출 요구가 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된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