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획]

빅테크와 공정경쟁 토대 마련돼야
이용자 락인·데이터 활용 한계 뚜렷

카드·보험사 데이터 활용 극대화 방안

빅테크의 금융업 침투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강력한 채널 장악력을 지닌 플랫폼 기반으로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금융사가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사업 내지만 규제가 걸림돌


빅테크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보험상품을 중개·추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가이드라인 구축 막바지에 돌입한 것이다.

이미 깊숙이 침투한 빅테크도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다. 보험업 라이선스를 받은 공식 손보사인 만큼 중개에 그친 플랫폼보다 업계에 끼칠 파장이 더 클 전망이다.

보험업계가 대응책으로 꺼내든 카드는 성장 잠재력이 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다. 보험업이 건강과 직결된 사업인 만큼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을 통해 기존 가입자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을 낮추고 신규 계약 체결까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건강보험 상품이 사후적 손실을 보장하는 개념이었다면, 헬스케어 산업은 사전에 건강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걸음 수 리워드 제공부터 식단관리, 홈 트레이닝 콘텐츠 등 소비자 니즈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된다.

여러 보험사에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르는 등 넘어야 할 문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3조4000억건에 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공공의료데이터를 사실상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20년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보건의료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바 있다. 데이터3법 시행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공공의료데이터를 개방했지만,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건보공단은 비협조적인 모양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관련 자격, 보험료, 진료내역, 검진결과 등으로 구성된 빅데이터를 보험사 외 연구계와 기관·기업 등에 지속 확대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에는 소비자들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여러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 신청을 거절한 데 이어 올 1월 한화생명 신청 건에 대해서도 심의를 보류한 뒤 깜깜무소식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9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데이터 경제 시대, 보건의료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이라는 토론회에서 “보건의료 공공 빅데이터의 민간 활용은 비합리적인 규제와 편견에 갇혀 있다”며 “그러나 민간이 주도하는 진료·건강관리 시장에서 건강 정보의 활용은 오히려 공공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에 묶인 카드사 플랫폼 사업


빅테크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카드사에도 데이터 활용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카드사들은 다량의 가맹점 정보를 보유했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

빅테크를 포함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신용정보를 활용하는 데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만 준수하면 되지만, 카드업계는 신용정보법 외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내 신용정보보호 조항도 함께 따라야 한다. 여전업법에 따르면 카드사는 가맹점 등 기업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활용하려는 경우 신용정보주체인 가맹점 등으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윤희선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5월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카드사만 개인 신용정보가 아닌 가맹점 정보를 이용할 때도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돼 타 업권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며 “여전업법에서 확대한 신용정보 보호범위를 개인신용정보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빅테크 대응을 위해 종합형 플랫폼 구축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금융규제혁신 회의에 카드사의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를 업권 주요 혁신과제로 요청했다. 해당 요청안에는 종합지급결제업 허용안도 포함됐다.

종지업은 은행·증권사만이 가능한 계좌개설 업무를 비은행 기관에도 허용하는 라이선스다. 카드사도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예금과 대출업무를 제외한 계좌기반 서비스를 취급할 수 있게 된다.

계좌 기반의 종지업이 허용될 경우 다양한 부수업무를 통해 신사업 진출도 가능해 카드사로선 빅테크에 준하는 원스톱 종합금융플랫폼 경쟁력을 얻게 된다.

이처럼 플랫폼 경쟁력에 매진하는 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업 서비스 외에도 생활에 밀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락인 효과’가 강화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락인 효과는 플랫폼 서비스에서 서비스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시장환경이 플랫폼 등 디지털 금융으로 넘어감에 따라 금융사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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