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다시 ‘빅 스텝’으로 인상했다.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을 단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다시는 50bp(1bp=0.01%)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상황이 불과 3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번 빅 스텝 인상에 대해 한국은행은 '환율 및 대외 여건 변화'를 핵심 원인으로 들었다. 그동안 미국과의 대내외 금리 격차나 자본유출 이슈에 대해 웬만해서는 통화정책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기피했던 상황과 비교할 때 사뭇 달라진 대응이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환율과 대외 변수를 금통위원들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빅 스텝 결정이 그간 이뤄졌던 인상과는 성격 면에서 명확하게 구분되는 상황임을 강조한 것이다.

환율 변수가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은 향후 전개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전망에 종전과는 매우 다른 구도나 경로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통화정책 결정에 국내적인 사안이 주로 반영됐다면 향후에는 대외 여건과 더 나아가 대내외 변수들 간의 상호 작용까지도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0월 빅 스텝 인상의 이유로 환율이 부각된 것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에 따른 여파가 크다.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통화당국들이 동시에 직면한 문제다. 자칫 인상 폭이 미흡하거나 트렌드에서 소외될 경우 환율 경로를 통해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

특히 환율 대응은 기준금리 인상 폭을 높였을 때 미칠 수 있는 효과보다는 인상 폭을 크게 하지 않았을 때 미칠 부작용이 더 크게 반영되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성격이 짙다. 이러한 점에서 통화당국의 대응 강도가 앞선 두 국면에 비해 의외로 커질 여지도 있다.

환율 방어가 왜 죄수의 딜레마일까.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 효과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의 큰 흐름을 전환하기보다는 자국통화의 약세 속도를 완화하는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 효과 역시 제한적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자국통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관리해야 하는 미국 외 국가들은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대외건전성 약화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데 대해 각국의 통화당국들이 동시에 같은 행보(금리 인상)를 취하면 중간 경로인 외환시장을 통해 강력한 상호 작용을 유발한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쉽게 패해서는 안 되는 ‘역(逆) 환율전쟁(reverse currency war)’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이는 미국 외 국가들 간의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환율이 향후에도 꾸준히 통화당국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전제한다면 한국에서 빅 스텝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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