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획]
강인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시대변화에 맞게 은행사가 비금융사를 인수할 수 있는 범위는 넓혀주되 은행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부분은 막아야 한다. 금융사가 소유할 수 있는 비금융사의 범위를 넓힐 필요는 있지만 무분별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금융은 신용을 먹고 사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제조업체나 비금융사와는 다른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강인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은 대표적인 포지티브 규제 산업으로 분류되는 국내 금융 산업을 일부 포괄적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를 의미한다. 반면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다.

포지티브 규제는 ‘이것만 되고 나머지는 안된다’인 반면 네거티브 규제는 ‘이것만 안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는 방식의 규제라는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먼저 허용한 후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는 선허용, 후규제 방식이다. 이와 함께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처럼 신사업이나 기술 등 핵심 선도사업도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및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 현상이 가속화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업권별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에 이어 토스까지 알뜰폰 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산업계의 빅블러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당시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한시적으로 허용받은 반면 토스는 제약을 받지 않는 등 알뜰폰 진출 과정의 규제가 달라 기존 은행과 금융권에서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내놨다”고 전했다. 알뜰폰 업계에 부는 빅블러 바람이 금융자본이 비금융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한 금산분리 완화에 촉매제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은행·금융권이 통신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너지를 통한 새로운 수익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기업입장에서는 결제와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고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 이용자 생활 패턴을 파악하면 개별 소비자 취향 맞춤형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지금의 금산분리법이 현재 상황과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 교수는 “금산분리법은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이 제공되기 이전인 1995년에 도입된 법”이라며 “당시에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각각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현재의 금산분리법을 낡은 규제로 정의하고 시대에 맞게 금산분리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은행 산업이 상당히 보수적이고 진입장벽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어서 완화할 필요는 있다”며 “금융위 역시 비금융업 진출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은행의 건의를 받아들여 업무 범위 확대와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에서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자기자본이 20조원인 시중은행은 2000억원까지 비금융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잉규제는 좋지 않지만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이 결합되면 해당 은행에 예금된 돈으로 같은 계열사에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사업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예금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하기 보다 은행을 파산시키면서 회사 이름을 바꾸고 회사를 다시 만드는 사례가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산업자본 소속의 금융기관은 고객이 이익이 아니라 계열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해 운영됨으로써 고객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를 금산분리 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라며 “이 문제로 금융회사를 자금공급원으로 해서 계열 확장을 하게 되면 경제력 집중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더욱이 금융기관을 매개로 한 계열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 계열 금융기관이 보유자산을 대기업 집단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운용될 가능성이 있어 소액주주 및 고객의 이익침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계열 소속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해당계열 금융기관이 자산을 전용해 소액주주나 고객에게 피해를 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금고화 문제와 같은 논리로 공시제도가 강화되고 경영이 투명해진 현재의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각자 수익력 극대화를 위해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며 “따라서 과거와 달리 비 산업자본 소속 기업에 대해 차별적으로 취급할 유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특히 산업자본 소속 금융기관이 계열 회사에 대해 시장 거래조건보다 우대조건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적고 이러한 것들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으므로 동법에 의해 해결하면 된다”고 짚었다. 

금산분리 완화 방안으로 강 교수는 “금융위원회에서 최근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및 비금융 정보 활용 등 전방위적 규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며 “이를 위해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데 있어 원칙에 입각한 장기적이며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일관성 없는 금산분리 관련 법 체계와 제도는 상황적 논리를 많이 반영해 관련법을 개정해 온 결과”라며 “변화하는 금융 환경과 국제적 금융 추세를 반영하는 금융정책의 원칙을 세운 후 이를 근간으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금융신문 박휴선 기자 _hspark1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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