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획]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증권사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규제들이 많아 업무 범위가 좁은 편이다. 가상자산 관련 대출이라든지 외국환 업무라든지 증권사로 들어오는 순간 규제가 세진다. 증권사가 규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투자자보호를 많이 받는 업종이라는 뜻이긴 하지만 특별한 성공모델이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증권업에 완화 및 보완해야 할 규제들이 많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수탁업무부터 법적인 테두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증권사의 고유업무이기 때문에 상품화나 자산관리 위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증권형 토큰(STO)에 대한 자본시장법 규제 체계가 너무 세기 때문에 생각보다 활성화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언론과 업계에서 완화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지만 뮤직카우의 음악저작권, 미술품 조각투자, 부동산 수익증권 등 수익증권발행신탁 등을 통해 한국거래소(KRX) 혁신금융서비스를 통과한 것에 한해 유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수익증권 발행신탁은 신탁행위로 수익권을 표시하는 증권을 발행하는 신탁을 말한다. 과거 신탁법은 수익증권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투자신탁, 유동화증권(ABS) 등과 같이 특별법에 의한 경우에만 수익증권 발행이 허용됐다. 그럼에도 자본시장법은 금전신탁에 한해서만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증권업에서는 투자자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 분야에 대해 기존의 증권성 규제에 엄격히 맞추고 나서 어느 정도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나서 장기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 증권사의 업무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커스터디 수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증권사는 다른 업권에 비해 속도가 늦은 부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커스터디는 전통적으로 금융사들이 제공해왔던 업무로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주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다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외부 도난과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디지털자산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5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산하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인 백트(Bakkt) 또한 기관투자자 대상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어 그는 “증권사가 블록체인 기술이 유망할것으로 보고 있고 CBDC도입이 곧 되면 비트코인 등에 대한 거래 수수료나 결제 수수료 등을 스테이블 코인과 연결시켜서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골드만 삭스나 JP모건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조정세를 받고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까지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가상자산과 연계된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DAO(다오) 역시 굉장히 유망한 분야”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DAO의 전망이 좋은 이유에 대해 특정 부동산, 기존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을 대체할 수 있어 규제를 훨씬 적게 받으면서 자금을 손쉽게 모을 수 있고 수익배분도 잘 되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매개체를 대체하고 있는 상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DAO는 전통적 기업구조를 대신하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가상자산 성장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중앙관리자 없이 개인들이 공통 목적을 가지고 모여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유동적인 온라인 공동체로 계층구조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DAO에 대해 “자체적인 토큰을 발행해 구성원들에게 의결권을 배부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므로 수평적인 조직구조, 익명성, 투명성의 특징이 있으며 자금조달, 투자 등의 모든 활동을 중개기관 없이 가능하게 하고 그 전체적인 과정을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로 진행하며 공동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형태의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자 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자 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디파이) 프로젝트는 DAO에 의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분야이며 이 밖에 투자, 수집, 소셜 프로젝트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고도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와 별개로 자본시장에서 개선해야 할 규제로 그는 “해외 증권사들은 잘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외국환 업무”라며 “은행을 통해서만 송금해야 하고 조달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증권사의 외국환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증권사의 FX(외환) 취급 가능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있었다”며 “현행 외국환거래 법령상 증권사는 해외주식 매매 등과 같은 금융투자업과 관련한 업무에만 환전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금 범위는 건당 5000달러, 연간으로는 5만 달러로 제한되며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를 통해서는 개인의 유학자금이나 생활비 등을 송금하는 정도만 가능하고, 외국환은행과 같은 수출입기업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한 대금 환전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일부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한 종합금융회사 등 대형사에만 일부 FX 물량의 처리가 가능하다”며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증권사는 서학개미 열풍 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FX 비즈니스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비교해 시장 참여와 그 비중이 많이 늘어났지만, 법령상 업권별 규제로 인해 수출입업체 물량에 대한 접근은 막혀있다. 이에 증권사를 중심으로 외환업무 관련 규제 부담을 줄여달라는 요구는 꾸준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외환당국이 외국환거래법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만큼 그동안 증권사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힌 환전과 송금 업무에 대한 빗장이 풀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다만 증권사의 외국환거래 업무 범위 확대에 맞춘 내부 통제는 과제로 꼽힌다”며 “기존 은행과의 규제 차별 문제를 해소한다고 해도 그에 따른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책임감도 균형 있게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들이 말로는 주주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한다고 하는데 소각을 전제로 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가가 고점이라고 내부자들이 판단했을 때 매도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업이 자사주를 신탁을 통해 매입할 경우 매입 이후 거래 내역은 추적이 어려워 공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이 직접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공매도와 관련한 규제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규제를 세게 하고 있다”며 “공매도에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다만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의 고빈도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빈도 거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규제가 약한 편”이라며 “해외에서는 고빈도 거래자에 대해 사전등록이 필요하다. 다만 규제를 강화했을 때 우리나라 증시에 거래대금이 크게 ᄄᅠᆯ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부분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본시장 전반에 대해서 이 연구원은 “주식시장 상황은 비교적으로 괜찮은 편”이라며 “채권시장, 단기자금시장, 외환시장 등에 신뢰가 완전히 떨어진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변동성이 굉장히 심해졌다”며 “채권발행이 안되고 있다. 따라서 회사채 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 안정을 추구하는게 급선무다. 그렇게 돼야 주식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휴선 기자 _hspark1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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