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달콤함·향기·짜릿함 담은 술 ‘초야’
서울·김제 두 곳에 양조장 두고 전통주 생산

서울 종로구 서촌에 양조장을 낸 함지애 대표가 술을 빚는 모습. 2012년에 귀농한 함 대표는 전라북도 김제에도 식초와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을 갖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양조장을 낸 함지애 대표가 술을 빚는 모습. 2012년에 귀농한 함 대표는 전라북도 김제에도 식초와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을 갖고 있다.

‘초야’. 첫날밤이다. 누구나 설렘이 가득한 단어다. ‘초야’라는 이름으로 술 하나가 조만간 발표된다. 백화주이자 과하주 양조법으로 만들어졌다. 백화주는 온갖 꽃들을 차로 끓어낸 탕수를 사용해 술을 빚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과하주는 발효 중인 술에 증류한 소주를 넣어 발효를 중간에 끊어 적당한 알코올 도수를 유지해 술의 저장성을 높인 술이다. 흔히 여름에 마시기 위해 빚은 술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양조장이 생겼다.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있는 공간에 있던 술공방이 ‘서로서로양조장(대표 함지애, 58)’으로 변신한 것이다. 여기서 함지애 대표의 ‘초야’가 빚어지고 있다. 현재 국세청의 주질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함 대표는 서울에만 양조장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라북도 김제에서 식초와 전통주를 빚어왔다. 귀농한 농업인으로서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함 대표가 귀농한 것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의류 유통업을 하다 폐암진단을 받은 것은 2009년. 수술을 마치고 일상생활에 복귀했으나 다시 2년 만에 더 위험한 폐섬유종이 갈비뼈에 생겼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결국 갈비뼈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고향 김제로의 귀농을 결정한다.

귀농인에겐 다양한 학습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함 대표도 그 기회를 다 누렸다고 말한다. 김제시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전통장류 발효, 조청, 꽃차에 관한 공부를 했고, 한국농수산대학에서는 가공학, 버섯, 화훼학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다 찾은 제2의 인생은 발효였다. 콩을 재배해서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다 식초로 넘어갔고, 결국 전통주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한다.

식초는 지난 2014년 농업기술센터에서 호산춘 명인인 이연호 선생에게 배우게 됐다고 한다. 식초는 알코올 발효의 마지막 단계이니 자연스럽게 술도 배우게 된다. 그런데 호산춘 명인으로부터 배웠으니 가양주 방식의 양조법을 배우게 됐고, 결국 서울에 있는 한국전통주연구소를 찾게 됐단다. 이곳에서 가양주 수업부터 전문가과정까지 2년간 서울과 김제를 오가면서 술을 배운 것이다.

술을 배우면서 자신의 양조 실력도 점검할 겸 각종 경연대회에 술을 출품했다. 그러면서 상도 3차례 받았다. 2019년 충남우리술 발효대회 증류주 부문에서 대상을, 2020년 명주대상 소주부문 동상을, 2021년에는 명주대상 청주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함지애 대표는 과하주 방식으로 백화주를 빚고 있다. 사진은 백화주 탁주와 약주, 그리고 수박을 부재료로 사용한 하선음이다.

그리고 이 결과들을 모아서 자신의 술을 찾았다. 소주를 사용하는 혼양주 방식의 백화주. 증류소주에서 두 차례나 상을 받을 만큼 소주 증류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니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술의 이름이 초야다. 현재 막걸리와 약주 두 가지로 주질 검사를 받고 이르면 11월 정식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함 대표는 ‘초야’라는 술 이름에 애착이 많다.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술 이름과 그에 걸맞는 스토리텔링을 녹이고 싶었던 것이다. 우선 초야의 술맛을 ‘설렘’, ‘달콤함’, ‘향기’, ‘짜릿함’으로 정의한다. 첫날 밤이나 첫 만남에 기대하는 설렘, 그리고 기쁜 만남에서 얻는 달콤함, 서로가 느끼는 내면의 향기, 여기에 헤어지면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감정까지 보탠 것이다. 실제 함 대표의 술은 과하주인 만큼 보통의 약주와 다르게 쨍한 짜릿함이 있다.

또한 백화주의 특징인 다양한 꽃의 향기도 담겨 있다. 게다가 산미가 감미를 반보 앞서면서 술맛을 이끌고 있다. 술맛의 균형이 좋아 다음 잔을 자연스레 부른다.

함 대표는 이 술과 함께 여름 술 ‘하선음’과 일본 수출용 술 ‘자우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 화선은 수박을 부재료로 넣었다. 붉은빛이 입맛을 돋운다. 자우연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자소엽을 사용해서 붉은색을 띤다. 물론 이 술은 서울의 서로서로양조장과 김제 두 곳에서 빚는다. 김제의 양조장은 체험 공간까지 포함해서 내년 중에 신축할 예정이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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