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성인봉 자생지, 5월이면 섬 전체가 하얀색
풍증·어혈·강장·관절염·비염에 좋아 민간상비약

마가목은 해발 500m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란다. 사진은 설악산의 마가목 나무다. 붉은 색 열매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설악을 더욱 붉게 만들고 있다.
마가목은 해발 500m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란다. 사진은 설악산의 마가목 나무다. 붉은 색 열매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설악을 더욱 붉게 만들고 있다.

설악산의 마가목 열매가 단풍만큼 붉게 익었다. 곱게 물든 단풍이 다 지면 삭풍이 몰아치는 곳, 그런 곳에서 마가목은 주로 자란다. 흔히 고산지대라고 칭하는 곳이다. 울릉도에서도 자주 만나는 마가목은 성인봉에 주로 서식한다. 높은 산의 꼭대기 근처에서 하늘을 보며 자라는 나무다. 해발 500~1500m의 깊은 산속에서 주로 자란다.

그래서 북유럽 일부에서는 마가목을 신단수로 여기기도 한다. 영어 이름은 산물푸레나무(mountain ash)다. 물푸레나무는 북유럽 신화에서 하늘과 연결하는 신목(神木)이다. 즉 유럽에서 마가목은 특별한 상징을 담고 있는 나무라고 보면 된다.

나무가 일부로 메마르고 찬 바람 부는 곳을 찾아서 뿌리를 내렸을 리 만무하다. 울릉도의 나리분지와 도동 인근의 평지에 새로 심은 마가목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나무가 일부러 고산지대를 찾아 올라갔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다른 나무와의 경쟁에서 밀려 쫓기듯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것일 것이다.
 

울릉도의 5월은 하얀색 마가목꽃 천지다. 사진은 울릉도의 마가목 나무다. 흰색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 있는 모습이다.
울릉도의 5월은 하얀색 마가목꽃 천지다. 사진은 울릉도의 마가목 나무다. 흰색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 있는 모습이다.

마가목이라는 이름은 새싹이 말의 이빨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한자 이름 마아목(馬牙木)에서 마가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나 《물명고》 등의 문헌에는 마가목(馬檟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가(檟)는 ‘회초리 가’이다. 즉 채찍을 의미한다. 《청장관전서》의 기록을 살펴보면 “마가목은 채찍이나 지팡이를 만드는 줄만 알 뿐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나무의 쓰임새를 가지고 지어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열하일기》에는 마가목(馬家木)이라고 적고 있고 《홍재전서》에는 마가목(馬加木)이라고 기록돼 있어 통일된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에서 마아목(馬牙木)으로 부르면서 우리도 그렇게 명칭을 정리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마가목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울릉도다. 성인봉이 마가목의 자생지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태백산맥을 따라 설악산과 오대산의 정상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5월이면 이곳은 마가목꽃의 계절이 된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하얀색으로 덮인다. 성인봉 인근의 고산지대는 물론 마을의 가로수로도 마가목이 심겨 있기 때문이다. 모두 당마가목이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에 식재된 마가목은 모두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하얗게 핀 꽃은 곧 지고 8월 말이면 붉은 열매를 매달기 시작한다. 굵은 콩알 크기의 붉은 열매가 매달려 있는 그림은 울릉도의 볼거리 중 하나다. 한 송이에 수백 개씩 매달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주렁주렁 땅을 향해 늘어진 모양에서 풍성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설악산의 각 봉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마가목은 상대적으로 열매의 숫자가 적게 느껴진다. 거친 환경이 주원인일 것이다. 

울릉도의 마가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이 열매를 막걸리에 넣어 만든 ‘마가목막걸리’와 ‘마가목맥주’다. 맥주는 울릉도에서 양조한 것은 아니다. 울산에 있는 트레비어에서 생산해 울릉도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마가목은 대략 80여 종의 나무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대략 4종의 마가목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마가목 열매와 껍질은 약재로도 사용한다. 《동의보감》에는 마가목을 정공등(丁公藤), 남등(南藤)이라고 적고 있고 “풍증과 어혈을 낫게 하고 늙은이와 쇠약한 것을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허리힘, 다리맥을 세게 하고 흰머리를 검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경통과 허리통증, 원기회복, 관절염, 비염, 기관지염 등에도 좋다고 하여 민간에서는 열매를 말려두었다가 달여서 마시거나 술을 담겨 마셨다. 이 술은 소주에 마가목 열매를 넣은 침출주다. 공지영 시인은 《시인의 밥상》에서 마가목 열매 침출주를 ‘안티푸라민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혈액 곳곳에 맺힌 혈을 풀어준다고 해서 붙여진 민간의 이름이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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