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삼해소주공방, 지난 8월부터 석 달간 양조 및 증류
아카데미 유일 외국인 크리스틴 "아버지·친구에게 선물"

미국 국적의 크리스틴은 직장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삼해소주 공방을 찾았다고 한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아카데미만 벌써 6번째 체험이다. 증류한 소주는 아버지와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다고 한다.
미국 국적의 크리스틴은 직장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삼해소주 공방을 찾았다고 한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아카데미만 벌써 6번째 체험이다. 증류한 소주는 아버지와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다고 한다.

서울에 기록적인 비가 내렸던 지난 8월 8일. 마포 성산동에 자리한 삼해소주공방에서 삼해소주를 빚는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햇수로 6년 전쯤 고 김택상 명인에게 처음 배웠던 삼해소주를 다시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삼해주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주다. 십이간지 중에 돼지날(亥日)이 가장 깨끗하다 하여 새해 첫 정월 해일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덧술을 해서 빚는 술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삼해주(三亥酒)다. 약주와 소주 두 종류가 있고 각각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약주는 권희자 삼해약주장이, 그리고 소주는 김택상 명인이 무형문화재이다. 그런데 삼해소주는 무형문화재가 미지정상태이다. 김택상 명인이 지난 2021년 영면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해소주 아카데미는 중단없이 체험할 수 있다. 김택상 명인을 도와 삼해소주를 생산해온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가 전통을 잇기 위해 지역특산주 면허를 신청해서 삼해소주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삼해소주 체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여한 아카데미는 ‘청수’ 포도 품종을 부재료로 사용한 삼해소주이다. 8~9월에 수확하는 청수는 우리나라의 농가형 와이너리에서 가장 즐겨 양조하는 화이트와인 품종이다. 풋풋한 과일 향과 산미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삼해소주의 김현종 대표는 원삼해주(전통 삼해주) 이외에 국화와 포도, 귤, 상황버섯, 사과 등을 부재료로 넣으면서 소주의 다채로운 향을 즐길 수 있는 소주를 생산하는데 이번에는 청수의 특징을 소주에 담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처음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500여 명의 기존 회원 중 90명이 참여할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보통의 삼해주는 덧술을 세 차례 하지만, 청수의 경우 두 차례 진행했다. 수확시기가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삼해주는 서울의 대표술이다. 조선시대에는 마포 공덕 일대가 삼해주를 빚는 술도가였다고 보면 될 정도로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사진은 필자가 지난 8월부터 참가한 삼해소주 아카데미에서 청수포도를 으깨는 장면이다.
삼해주는 서울의 대표술이다. 조선시대에는 마포 공덕 일대가 삼해주를 빚는 술도가였다고 보면 될 정도로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사진은 필자가 지난 8월부터 참가한 삼해소주 아카데미에서 청수포도를 으깨는 장면이다.

밑술은 쌀 1kg과 물 3.5리터 그리고 누룩 1kg의 비율로 죽을 쑤어서 만들었다. 그리고 1차 덧술은 1주일 뒤에 멥쌀 8kg과 누룩 2kg, 청수포도즙 20리터 비율로 고두밥을 지어 넣었다. 2차 덧술은 한 달 뒤 멥쌀을 찹쌀로 바꿔 같은 비율로 고두밥을 지어 치대 넣었다. 이제 술빚기 작업은 끝났다. 남은 것은 누룩 속 효소와 효모가 맡아서 당화와 발효를 시키면 된다. 

이렇게 빚은 삼해주는 대략 한 달 후인 10월 24일에 술을 걸렀다. 원삼해주 등은 덧술을 세 차례 하므로 한 달의 시간이 더 들지만 청수는 두 달에 걸쳐 발효해서 채주했다. 이번 경우는 두 달하고 1~2주일 정도를 더 발효시킨 듯하다. 드라이한 맛이 특징인 삼해소주의 약주는 거의 완전 발효를 시켜 증류한다.

따라서 남은 잔당을 더 발효시키기 위해서 발효 기간을 늘린 것이다. 청수로 빚은 와인과는 다르다. 쌀포도주이므로 쌀의 전분이 더해져 알코올이 만들어지고 효모가 아닌 누룩의 다양한 곰팡이들이 발효에 개입했으므로 풍미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청수가 지닌 여름 과일의 상큼함은 잘 살아 있다. 쿰쿰한 느낌은 마치 내추럴 와인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채주한 약주를 며칠 후인 지난 10월 28일 증류했다. 증류는 대략 7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이날 90명의 아카데미 참여자 중 유일한 미국인 크리스틴 오스토시(34) 씨를 만났다. 그녀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ASML 한국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다. 청수 삼해주를 빚기 전에 이미 다섯 번이나 삼해주를 빚은 매니아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도 홈브루잉을 했을 정도로 손으로 직접 술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친구의 소개로 삼해소주를 접한 뒤 묘한 매력에 계속 참여하게 되었고, 증류한 술은 친구들과 아버지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 45~50%의 삼해소주가 가진 매력이 좋다며, 모두 삼해주를 즐겁게 마신다고 한다. 특히 별도의 숙성 시간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보드카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에 놀란다고 한다. 

청수로 빚은 삼해소주는 캠벨 포도로 빚은 삼해소주와도 다른 향을 가진다. 포도 향인데 가벼우면서 푸릇하다. 그러면서도 장향이 짙게 배어 있는 삼해소주의 특징을 잘 보듬고 있는 듯하다. 증류한 원액은 50%의 알코올 도수로 맞춰 최종 병입 하게 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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