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커머셜·KB캐피탈 발행 비중 높아
실질 레버리지배율도 9배율 크게 상회

현대커머셜·KB캐피탈 신종자본증권 및 레버리지 배율 추이
현대커머셜·KB캐피탈 신종자본증권 및 레버리지 배율 추이

2022년 11월 9일 16: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흥국생명이 쏘아 올린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신종자본증권이 지닌 자본적 특성이 문제화된 것인데, 발행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9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현대커머셜과 KB캐피탈의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3192억원, 5000억원으로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2%, 24%를 차지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으로, 채권과 증권의 특징을 동시에 지녀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불린다. 채권처럼 일정 주기마다 이자를 지급하고,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의 만기를 가지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평가되는 채권 특성도 지녔다는 걸 고려하면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높을수록 자본의 질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손실 완충력으로 평가되는 자본 적정성 지표를 과대평가할 우려가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커머셜과 KB캐피탈의 레버리지 배율은 각각 8.9배율, 7.5배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본 인정 비율을 감안한 수정 레버리지 배율을 살펴보면 각각 11.4배율, 9.6배율로 대폭 상승한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의 후순위성, 만기 영구성, 잔여 만기 등의 특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인정되는 금액만큼만 자본으로 계산하는 수정 레버리지 배율을 산출한다.

두 수치 간 격차가 벌어진다는 건 그만큼 보유 자본의 영구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지닌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보유할수록 이러한 착시현상이 심화된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정한 손실 완충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캐피탈사의 과도한 외형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 한도를 9배율로 규정한다. 해당 규정은 레버리지 배율이 높아질수록 자산 대비 자본이 감소해 손실완충력이 떨어진다는 걸 반영하고 있다.

현대커머셜과 KB캐피탈의 경우 실질적으로 규제 한도(9배율) 대비 각각 2.4배율, 0.6배율만큼 규정을 어기고 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레버리지 배율이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점은 자본 적정성 차원에서 부담 요인”이라며 “향후 해당 업체들이 감독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을 관리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자본확충, 자산 축소 등 일련의 과정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이 사채와 같이 차환 발행 리스크를 보유했다는 점도 모니터링 요소 중 하나다. 차환 리스크가 곪아 터진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번 흥국생명 사태다.

당초 흥국생명은 콜옵션 만기가 도래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차환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 수요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콜옵션 미이행이라는 악수를 뒀다.

현재 흥국생명은 미상환 결정을 번복해 당초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너져 내린 시장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인 레고랜드 사태 역시 시장안정을 위해 결정을 번복했지만 얼어붙은 채권시장을 녹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본확충을 위해 캐피탈사 등 여전사 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고 있다”라며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이 채권의 특성을 지닌 만큼 발행 시 이자 부담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으며, 이 비용은 향후 차환 발행 때마다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