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ISA 울타리서 미미한 존재감
“수요 키울 역량 부족…못 오를 나무”

은행들이 숙원사업인 랩어카운트 입지 확대가 신기루에 그칠 전망이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투자자문·일임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기대치와 불완전판매 우려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해보기 전부터 맥이 빠진 모습이다.

랩어카운트란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투자 성향이나 경제 흐름에 맞게 주식, 펀드, 채권 등에 운용 및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 운용 방식에 따라 자문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간접투자 수요 증가로 자산관리(WM) 영역에서 부상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시스템에 공시된 투자자문 재산 현황에 따르면 은행권에선 올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평균 2726억원(28건) 규모의 투자자문 계약을 성사하고 있다. 이는 전체 19조9109억원(3만3959건)에 1.36%에 불과한 수준이다.

투자자문업에서 은행의 입지가 미미한 건 부동산 부문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 대상은 부동산과 예치금, 증권, 파생상품 등으로 다양하나 금융당국은 업권 간 영역 충돌 우려로 은행권엔 부동산 투자자문만 허가하고 있다.

투자일임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는 금융사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선물회사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을 통해서만 제한적인 투자일임이 가능하다.

지속 성장을 위한 비이자이익 확대가 시급한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투자자문·일임 서비스 제공 영역 확대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의 겸영·부수업무 확대를 약속했던 금융당국은 고심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은행권 투자자문업 영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선 은행의 투자자문·일임업이 확장돼봤자 큰 수익을 창출해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현재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예금, 펀드 등 자사에서 판매하는 금융투자상품 외에 주식, 채권도 간접적으로 고객에게 추천하면서 계좌의 개별 상품별 수수료나 거래 마진도 꼬박 챙기고 있다.

랩어카운트란 타이틀을 걸고 포장 수수료를 한 번 더 받겠다는 걸 고객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안정적 성향의 고객이 대부분인 은행 특성상 투자일임 서비스 운용 역시 한계가 자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투자일임하는 일임형 ISA의 지난 9월말 기준 누적 가입금액은 1조3272억원으로 신탁형 ISA(9조5777억원)의 10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기예금만도 못한 수익률과 지난 2020년 사모펀드 사태 이후 은행의 고난도 금융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확산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 WM시장 관계자는 “은행들은 일부 허용된 투자자문·일임 영역에서조차 제대로 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랩어카운트 사업성이 떨어지는 은행의 진출 확대는 장기 표류하는 ‘신기루 사업’이 될지도 모른다”며 “증권사와의 과열 경쟁으로 비효율과 낭비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