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2022년은 주식과 채권 등 포트폴리오 내 전통 자산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22년 상반기 주요 글로벌 연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주식과 채권이 한꺼번에 급락하는 전통 자산 시장의 붕괴로 해외 연기금 사이에서 투자 자산을 비전통 자산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바로 멀티 에셋 운용 전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자산 배분은 주식과 채권 등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성격이 다른 자산에 함께 투자하면 개별 자산 투자보다 투자 매력이 증가한다.

 

이것을 ‘자산 배분의 마법’이라고 한다. 포트폴리오 투자의 핵심은 목표 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인데 전통 자산 배분 전략은 위험 목표를 손실 확률에 초점을 두다 보니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채권 비율을 과도하게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기존 자산 배분 전략은 포트폴리오가 주식·채권과 대체 투자로 단순하게 구성돼 올해와 같이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 시장이 붕괴되면 포트폴리오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약점이 존재한다.

 

멀티 에셋 전략은 주식과 채권의 전통 투자 자산 방식에서 벗어나 사모펀드(벤처캐피털·차입 매수)와 실물 자산(부동산·천연자원 등)과 같은 비전통 시장에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고수익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자산군을 전통적 분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멀티 에셋이라는 명칭 자체도 주식·채권 외에 다양한 비전통 자산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자산 분류 방식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자산을 발굴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며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멀티 에셋 전략에서는 글로벌 주요 연기금이 인구 고령화로 당면한 기금 고갈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전통적 자산 배분 전략으로 추구하는 수익률로는 글로벌 주요 연기금이 당면한 기금 고갈 우려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 등 상황에서 발생될 경우 주식과 채권의 전통 자산 시장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로 투자 자산이 새롭게 출현했다. 하지만 연기금 등 주요 기관들은 전통 자산 배분 틀 속에서는 새로운 자산군 편입에 소극적이다. 그만큼의 투자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멀티 에셋 전략은 장기 위험 조정 수익률(Risk Adjusted Return)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편입 자산의 다양화와 이를 통한 포트폴리오의 상관계수를 장기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쇼트폴 리스크(shortfall risk :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확률) 기준과 달리 채권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부작용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포트폴리오 내 전통 자산의 비율이 낮아 올해와 같이 주식과 채권이 동시 하락할 때도 포트폴리오 효과와 함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를 역임했던 데이비드 스웬슨은 비전통 자산에 투자하는 새로운 투자 기법을 통해 타 교육 기관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이러한 데이비드 스웬슨의 운용 전략이 ‘멀티 에셋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멀티 에셋 전략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변화에는 늘 저항이 있고 투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데이비드 스웬슨 이후 예일대 기금의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산 배분 담당자들은 아직도 멀티 에셋 전략으로 기금 운용 방식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한다.

 

전통 자산 시장 대비 헤지펀드·사모주식 등 비전통 시장은 수익률 정보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벤치마크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로 말한다.

 

하지만 더 이상 비전통 자산의 수익률 정보는 부족하지 않다. 최근 수년 동안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 투자 방식이 발전하고 정보화로 정보 접근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수익률 정보 부족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다.

 

특히 미국 시장에는 전통적 투자 기법 외 다양한 자산군을 벤치마크로 하는 ETF들이 출현하고 있다. 2021년 10월 18일에는 미국 최초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는 등 비전통 시장에 투자하는 다수의 ETF가 출시됐다.

 

이러한 수익률 정보 부족 외에도 상대 평가에 어려움과 함께 쇼트폴 리스크 기준의 ‘위험 허용 한도’ 설정 방법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오히려 전통 자산 배분 모형으로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오히려 멀티 에셋 전략은 포트폴리오 위험 요소를 바르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난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는 7월 1일 주식과 채권의 동시 하락으로 포트폴리오 수익률 저하를 촉발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자산 배분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주식 비율을 축소하고 그 대신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실물 자산 등 비전통 자산의 비율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 전통 자산 시장 붕괴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5%의 레버리지 사용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경기 침체 시 심각한 하락의 영향을 막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결국 미국 최대 연기금도 전통 자산 배분 전략에서 벗어나 멀티 에셋 전략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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