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폐지‧인력 감축‧매물로 나온 운용사도 있어
“당분간 증권사보다 은행 찾는 사람들 많아질 것”

전반적인 국내외 경기 악화에 따라 여의도 증권가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구조화본부나 법인영업부, 리서치사업부 등을 폐지하는 증권사도 있고 계약직 및 저성과자 인력에 대한 감원을 진행한 회사도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달 구조화본부를 폐쇄했다. 하나증권 측은 조직개편 및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부 감사에서 해당 부서 임원인 정모씨의 배임 혐의가 적발된 것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9월 하나증권의 현직 임원 정모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를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배임 규모는 48억3000만원이며 하나증권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케이프투자증권의 경우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올해 연말까지만 유지하고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케이프증권 측은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위주로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프증권 관계자는 “법인영업부 폐지에 대한 부분은 오랫동안 염두해왔던 부분”이라며 “리서치사업부도 함께 폐지하는 이유는 증권사의 리서치 기능이 상당부분 법인영업부와 연계돼있기 때문에 법인영업부 폐쇄와 함께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희망퇴직 등을 받아 정규직 인력을 내보내고 이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우는 인력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래에셋증권은 정규직 246명을 내보내고 비정규직 35명을 뽑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는 구조조정 위험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면서도 “비정규직보다 희망퇴직 등으로 정규직 인력감축이 먼저 단행됐다. 이들이 빠진 자리를 비교적 비용이 낮은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는 고용유연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메리츠그룹 측은 “매각 등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존 리 전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으로 신뢰도가 훼손된 점과 함께 부진한 사업체에 대한 정리 등을 위해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주요 사업군인 위탁매매, 트레이딩, IB, 자산관리 모두 내년까지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너무 과도하게 가져가서 상당수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가 높아지고 경기침체도 본격화되면 IB딜도 더욱 위축될 것이고 그동안 증권사들이 수익을 얻었던 부동산 PF도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현재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슈로 인해 가계의 돈이 모두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예견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채권비중과 기업금융의 비중이 높은 증권사보다 비교적 안전한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박휴선 기자 _hspark1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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