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금 물 들어왔는데...넋놓고 방치
정책기능 강조 기조에 홍보 몸 사려
“다시없을 기회, 유지방안 마련해야”

2022년 11월 17일 15: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소매금융 사업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현 정권에서 정책기관으로서 기능을 강조하다보니, 예수금이 밀려오는 상황에도 안정적 자금조달 방안 구축 현안을 제쳐두는 모습이다.

17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원화예수금 규모는 약 51조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5년 전 수치(27조7000만원)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만 9조원 넘게 불었는데, 같은 기간 개인 고객 수가 수배에 달하는 5대 시중은행의 예수금이 평균 14조원씩 늘어났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산업은행은 근 몇 년간 기업 구조조정, 혁신산업 투자 등 위험부담이 큰 정책금융 기능 수행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소매금융 강화로 곳간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다 올 초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시중 자금이 예·적금으로 빠져나가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찾아 자금을 수시로 옮기는 ‘금리 유목민’의 시선이 산업은행을 향하게 된 것이다. 산업은행은 영업점이 적어 타 은행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예·적금 기본이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다만 업계는 산업은행이 소매금융 강화 기조를 계속 끌어나가기에는 뒷심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당장은 홍보 없이도 예·적금이 잘 팔리고 있지만, 새로 유입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거다.

일례로 산업은행이 지난 2019년 핀크와 손잡고 출시한 ‘KDB x T high5 적금’은 단순한 우대금리 조건에 고금리 효과를 볼 수 있어 고객 호응을 이끈 히트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상품의 오늘 기준 최대금리는 연 5%로 지난 2019년 출시 당시 그대로다. 여타 은행에서 금리인상기 고객 유치를 위해 인기 예·적금의 이율을 기준금리 인상 폭에 맞춰 상향 조정하는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소매금융 영역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오픈뱅킹 마케팅에도 미온적이다.

시중은행들은 각종 이벤트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오픈뱅킹 등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며 고객 유지 및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오픈뱅킹 특화 상품으로 ‘KDB 오픈뱅킹 정기예금’만 취급하다 이마저도 지난해 3월 31일부로 판매 종료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최근 몇 년간 소매금융 부문 역량 강화에 힘써왔는데, 최근 들어선 이를 제쳐두는 모습”이라며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취임한 후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 정부 국정과제인 ‘본점 부산 이전’ 이슈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본점 이전의 명분으로 지역 균형개발, 조선·해양산업 육성 등 국책은행으로서 정책적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보니 개인 고객 대상의 소매금융을 키우기엔 눈치 보이는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책은행의 정체성 확립도 중요하지만, 늘어나는 정책금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민간 자금까지 끌어올 필요성이 커진 만큼 언제 또다시 올지 모르는 예수금 확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안정적 자금조달 방안으로 유지하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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