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년 이상 살아오다 빙하기 거치며 서양에선 멸종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1100년 살아 최장수

은행나무는 친척 없이 홀로 2억년 이상을 살아남아 지구 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라고 일컫는다. 빙하시대에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은 것으로 보인다. 강한 생명력과 공기정화능력으로 서울의 대표 가로수로 40% 정도가 은행나무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친척 없이 홀로 2억년 이상을 살아남아 지구 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라고 일컫는다. 빙하시대에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은 것으로 보인다. 강한 생명력과 공기정화능력으로 서울의 대표 가로수로 40% 정도가 은행나무라고 한다.

이맘때 서울 거리는 노란색이 지천이다. 특히 비라도 내리게 되면 차도와 인도까지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목으로 가장 많이 식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 41%에 달한다고 한다.

다음은 24% 정도 심어진 양버즘나무이며 느티나무와 왕벚나무가 각각 14%, 1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나무들이 서울 가로수의 주역이 된 까닭은 잎이 넓고 광합성을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산소를 많이 배출하고 대기 중의 열 제거 효과도 높으니 당연히 선호하는 나무가 되었다.

그런데 서울의 가로수로 가장 많았던 나무는 현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버즘나무였다. 플라타너스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나무는 빠른 생육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어 쉽게 녹화작업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에 1980년대 초반에는 전체 가로수의 50%까지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꽃가루가 봄철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점점 은행나무와 벚나무에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이렇게 서울 가로수의 주인공이 된 은행나무는 나무 중에 가장 외로운 나무라고 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하실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가족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단 1속1종만 살아남은 나무다. 그래서 진화생물학자들은 은행나무를 가장 외로운 나무라고 설명한다.

생태사학자 강판권도 《은행나무:동방의 성자, 이야기를 품다》에서 “은행나무의 가장 큰 아픔은 다름 아닌 ‘외로움’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나무를 부르는 별칭이 하나 더 있다. ‘살아있는 화석’. 낙우송과의 메타세쿼이아와 소철과의 소철도 같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이들 나무는 근연종이 존재한다. 소철만 하더라도 10속 110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혈혈단신으로 역사를 써온 은행나무는 지질학상, 고생대부터 자라고 있었으며 쥐라기에 전성기를 이뤘다고 고생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다 중생대가 되면서 저물기 시작했는데, 빙하시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혹독한 추위에 식물 대부분이 사라져갈 때 비교적 따뜻했던 동아시아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즉 2억 년 이상의 세월을 근연종도 없이 홀로 버텨오듯 생존한 나무다.

은행나무가 이렇게 생명력을 발휘한 것은 어떤 환경적인 악조건에서도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강한 생명력이라고 한다.

특히 은행나무 잎은 벌레도 안 먹고 초식동물들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씨앗인 은행 열매도 새들은 물론 육식동물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한다. 오죽하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모든 생명체가 다 죽었지만, 그 중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은행나무는 이듬해에 새싹을 틔었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다. 모두 1100년은 된 이야기들이어서 지구상에 있는 은행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사진=문화재청)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다. 모두 1100년은 된 이야기들이어서 지구상에 있는 은행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사진=문화재청)

이처럼 은행나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함의 대명사가 됐다.

인류가 동아시아에 도착한 5만 년 전쯤 은행나무는 멸종위기종에 몰려 있었다. 씨앗을 전파해줄 매개동물도 빙하기를 거치면서 상당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동아시아에서는 사람들이 해주면서 은행나무는 멸종되지 않고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화석으로만 봤던 은행나무가 지구상에서 멸종된 나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300년 전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네덜란드로 돌아간 의사를 통해 은행나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해 듣는다. 그 후 진화론의 대부인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렀다.

은행나무의 자생지는 중국 저장성의 양쯔강 하류 텐무산과 서남부 충칭시 진포산 등 2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자생 집단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나무 중 가장 큰 나무는 우리나라에 있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 대웅전 앞에 있는 은행나무다. 은행나무 중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제30호)로 지정된 이 나무의 키는 47m. 그런데 1919년 일본인들이 조사했을 때는 63.6m였다고 한다.

이 나무는 잘 알려져 있듯이 신라의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에 가다가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이야기가 정설이든, 대략 1100년은 훌쩍 넘긴 나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살아 있는 은행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이기도 하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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