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가치소비’ 트렌드 읽고 술구독 서비스 시작
지난해 60억 매출·구독자 1만명대, 올해도 성장 예상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처음으로 술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술담화의 이재욱 대표가 강남 술담화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독자수 1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6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처음으로 술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술담화의 이재욱 대표가 강남 술담화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독자수 1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6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장면 1 창업 전
겨울방학이었다. 홍콩에서 서울로 들어와 2017년 ‘우리술대축제’ 행사장을 찾았다. 한식에 관심이 많았으나 우리 술은 알지 못했다. 막걸리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한지 몰랐고, 약주라는 맑은 술의 존재도 신기했다.

게다가 가짓수와 맛까지. 모든 것이 놀랍기만 했다. 행사를 다녀온 뒤 우리 술이 더욱 궁금해져 온라인 주문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다양한 술들이 올라와 있어 하나씩 들쳐 보았는데 내가 알고 싶은 이야기는 없고 생산자 이야기만 가득했다.

우리 술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맛의 술인지, 어떤 안주와 어울리는지와 같은 오늘의 술 이야기가 궁금한데 상세페이지에 있는 내용은 생산자의 술이 얼마나 훌륭한지만 알려주고 있었다. 정말 술이 사고 싶어 접속했지만 결국 구매는 하지 못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기 위해 홍콩에 들어간 뒤에도 우리 술의 잔영이 깊게 남아 머릿속을 맴돌기만 했다. 가능성은 있는데 MZ세대를 전혀 모르는 화법이 신경쓰였다. 다시 접속한 쇼핑몰은 변함이 없었다. 소통할 수 없는 절벽을 느꼈다.

결국 느낀 사람이 하게 된다는 속설은 내게도 적용되었다. 쇼핑몰 등 전통주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3월의 일이었다.

#장면 2 창업

▲술담화는 우리술 구독서비스와 쇼핑물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양조장도 가지고 있다. 현재 술담화는 젊은 층이 자신만의 술을 만들 수 있도록 막걸리 칵테일에 이용할 수 있는 ‘바텐더의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술담화는 우리술 구독서비스와 쇼핑물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양조장도 가지고 있다. 현재 술담화는 젊은 층이 자신만의 술을 만들 수 있도록 막걸리 칵테일에 이용할 수 있는 ‘바텐더의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술담화’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등록했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국제경영학이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구독경제는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은 면도날과 휴지 등 흔하게 사용하는 물건까지 매달 구독하는 서비스까지 나와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법이 만들어져 온라인 주문이 가능했다. 게다가 ‘초개인화’라는 현상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MZ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가지 문제는 나처럼 젊은 세대는 전통주를 어른들의 술, 나와는 관계가 없는 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 문제를 푸는 것이 관건이었다. 경험시켜 마음의 빗장을 여는 방법, 그것을 찾아야 했다.

친구 2명과 함께 술을 고르고 포장하고 각종 회계 문제를 해결하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벌였다. 

첫 달 구독자는 20명, 다음 달은 100명, 그다음 달은 200명 빠른 속도로 구독자 수가 늘어갔다. 넉 달 만에 400명을 넘어서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양조장에서 술박스를 싣고 오는 일을 아버지 차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년쯤 되니 술박스의 포장도 문제였다. 1500여 회원들에게 보낼 술박스를 포장하고 배송하는 일은 협력의 일이었지 자체적으로 해결할 사이즈의 일은 아니었다. 결국 포장과 배송을 전담하는 업체를 찾게 됐다.  

좌충우돌하면서 일을 전개했지만, 술담화만의 정보를 담은 카드는 MZ세대 구매자들에게 소구력 있게 다가간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을 맞으면서 구독자는 획기적으로 늘어 지난해 중반에는 1만5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장면 3 술담화의 오늘
술구독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술담화 이재욱(30) 대표의 창업기다. “우리 술은 아무 안주하고도 잘 어울린다”와 “숙취가 없다”는 근거없는 홍보문구가 싫었다는 이 대표는 각각의 술을 시음하고 나름의 페어링 안주를 정리해 상세페이지를 채웠으며 같은 내용을 담은 큐레이션 카드를 구독박스에도 담았다.

맛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MZ세대는 응답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적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술구독서비스와 추가적인 구입을 위한 쇼핑몰은 술담화의 매출을 계속 늘려줬다.

지금까지 구독서비스로 제공한 술은 40개의 양조장, 120여 개의 술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술담화의 매출은 60억원 정도였다. 올해는 엔데믹이 되면서 회원수가 1만 명대 초반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이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술담화의 성장요인을 이 대표는 초개인화 현상에서 찾는다. 전통주 부활을 레트로 트랜드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분명하게 말한다. 최근 성장하는 시장은 민속주가 아닌 지역특산주 시장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그래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를 통해 이 시장은 충분히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 대표는 술담화를 ‘술상’을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업체로 만들고자 한다. 새로운 술은 물론 안주와 술잔 등의 주기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그가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전통주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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