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이 고운 까닭은 단풍나무 수가 많기 때문
지난해, 금선계곡 수령 290년 단풍 ‘천연기념물’ 지정

내장산 단풍은 전국 최고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보다 단풍나무의 종류가 더 많고, 일교차 및 일조량 등이 고운 단풍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내장산과 연결된 백암산의 이달초 단풍이다.
내장산 단풍은 전국 최고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보다 단풍나무의 종류가 더 많고, 일교차 및 일조량 등이 고운 단풍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내장산과 연결된 백암산의 이달초 단풍이다.

도시의 은행나무도 바람 한 번에 우수수 낙엽을 떨구는 계절이다. 당연히 남녘의 단풍도 절정을 지나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올해 단풍은 유독 붉었다. 내장산과 백암산의 애기단풍도 그렇고, 설악과 주왕의 단풍도 선명한 빛깔을 보여줬다. 

산을 붉게 물들게 하는 단풍나무의 종류는 무척 많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당단풍, 좁은잎단풍, 울릉도의 섬단풍. 그리고 단풍이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지만, 고로쇠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붉나무 등은 온산을 붉은색 단풍으로 물들인다. 이 나무들이 가을옷을 입으면 은행의 노란색과 참나뭇과의 갈색과 잘 어우러져 가을풍경을 온산에 써 내려 간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단풍나무는 당단풍이다. 자주 오르는 관악산과 북한산의 단풍은 물론 설악의 단풍도 거의 이 나무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즉 내장산이나 한라산의 단풍은 잎이 다섯에서 일곱 갈래로 갈라져 당단풍과 구별된다고 한다. 

특히 내장산에는 국내에 자생하는 단풍나무 중 좁은잎단풍, 털참단풍, 신나무, 복자기, 고로쇠 등 13종의 단풍나뭇과 나무들이 최고의 단풍을 만들어낸다. 설악산이 9종, 소백산이 5종의 나무가 있는 것과 비교해 더 다양한 붉은색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장산은 일조시간이 더 길고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더 선명한 단풍색을 갖는다고 한다. 따라서 내장산의 단풍이 더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내장산 금선계곡에는 단풍나무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은 약 290년 된 나무다. 단풍나무의 수명은 수종에 따라 100년에서 400년 정도라고 한다. 내장산 단풍나무만큼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진 단풍명소가 있는데 고창 문수사의 단풍나무숲이라고 한다. 이곳은 숲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은 산세가 아름다워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이곳의 11월초 단풍도 곱게 들어있었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은 산세가 아름다워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이곳의 11월초 단풍도 곱게 들어있었다.

단풍나무의 학명은 ‘아케르 팔마툼’이다. 아케르는 ‘갈라진다’라는 뜻이다. 나뭇잎이 몇 갈래로 갈라져 있는 특징을 잡아서 붙여진 것이며 팔마툼은 ‘손바닥 모양’을 의미한다. 즉 보여지는 잎의 모양새가 학명으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을에 보여주는 강렬한 붉은색에 초점을 맞춰 단풍(丹楓)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선 단풍를 ‘척수(慽樹)’라고 쓴다고 한다.  

고로쇠나무는 봄철 달큰한 수액으로 유명한 나무다. 이처럼 수액을 가진 단풍나뭇과의 나무가 북미대륙에도 있다. 설탕단풍이라 불리는 나무다. 이 수액을 졸여서 설탕을 만들기도 하고 시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 얹어 먹었던 기억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캐나다의 국기에 선명하게 그려진 단풍잎이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설탕단풍나무의 잎이다. 

설탕단풍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노예의 노동력으로 생산하는 사탕수수 설탕을 대신해 자국에서 재배한 단풍수액으로 만드는 단풍설탕을 지지했다고 한다. 미국 건국 초기 미국인들은 단풍설탕에 열광했는데, 이유는 꼭 노예노동 때문만은 아니다. 

단풍시럽에 들어 있는 철분과 마그네슘, 아연, 칼슘 등의 영양성분과 휘발성 유기향이 함유돼 있어 마치 오크통에서 숙성된 증류주처럼 숲의 향기까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액에 당분이 들어 있어 발효주를 만들 수 있었다. 미국의 버몬트주에서는 단풍나무 수액으로 보드카 등 다양한 단풍나무 증류주를 만들고 있으며, 캐나다의 퀘벡에선 단풍나무를 우려낸 위스키 리큐어와 오드비 그리고 와인과 맥주도 만든다고 한다. 

이처럼 단풍나무는 시각적인 볼거리 외에 인간의 미각까지 채워주는 나무다. 게다가 단풍나무의 한 종류인 신나무의 껍질을 달인 물은 민간에서 세안약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그리고 가뭄이 심할 때는 단풍나무의 어린잎을 삶아서 독성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 먹었다고 한다. 일종의 구황식물의 역할도 한 것이다. 우리는 그 다양한 쓰임새를 모른 채, 가을 단풍만 찬미한 것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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