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로봇 분야가 코로나19 이후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다시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이 로봇 도입에 대한 부담을 낮추며 본격적으로 로봇을 활용해볼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지고 있다.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이 한층 가까워졌다.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개화 국면에 진입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가 그동안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유망한 로봇 분야가 무엇인지, 기업들의 기술력과 실적 등을 고려한 선별적인 접근 방식이 유효해진 것이다.

로봇 분야는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 로봇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가장 성공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은 1960년대부터 제조 현장에서 용접과 조립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으며, 지난해 기준 연간 53만대 수준의 수요를 자랑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서비스 로봇 분야도 청소와 의료,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 업종에서 태동을 거쳐 최근에는 농업과 공공 분야, 외식 분야 등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앞으로 충분한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분야로서 협동 로봇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 협동 로봇은 차세대 산업용 로봇으로 2000년대 초반에 공개된 유형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 비교해 외형과 기능 모두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높은 안전성과 저렴한 가격, 조작 편의성을 갖춘 보급 확장성이 뛰어난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며 협동하는 컨셉을 지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도 쉽다.

이렇게 높은 범용성을 갖춘 덕에 협동 로봇은 그동안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활용되기 어려웠던 식품 산업과 의료 산업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바리스타 로봇과 치킨 로봇 등의 이름으로 서비스 현장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가격도 전통 산업용 로봇 대비 절반 수준으로 저렴해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에서도 부담 없이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코로나19 이후 협동 로봇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국면을 맞이했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4만대 수준에서 향후 연간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2030년에는 2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협동 로봇 시장은 덴마크의 벤처 기업이자, 미국의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테라다인(Teradyne)의 자회사 '유니버셜 로봇(Universal Robots)'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수준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 그동안 전통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일본의 '화낙(Fanuc)'과 같은 레거시(Legacy) 로봇 기업을 넘지 못하는 등 고전했으나, 협동 로봇 분야에서는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며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협동 로봇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가격과 이용자 편의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분야다. 국내 기업들은 부품 내재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수요자 니즈에 기반한 제품 라인업 다변화 등 강점을 가지고, 조리 로봇과 같은 다양한 협동 로봇 활용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앞으로의 협동 로봇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협동 로봇 기업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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