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靑 비서실장·윤핵관 등과 관계
라임 중징계 받은 손태승은 연임 ‘암초’

‘라임 사태’에 대한 문책 경고 중징계로 손태승 회장이 연임 가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현 정권 유력인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의 인물들이 우리금융 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일명 ‘CEO 물갈이’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로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이지만 연임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벌써부터 후보군으로 다양한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후보군에는 고위 관료 출신은 물론이고 대통령 비서실장,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등 현 정부 유력인사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 다수 포진돼 있다. 

외부 관료 출신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기획재정부인 재정경제원을 거치고,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장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권 때에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역시나 초대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등 보수 정권에서 중용되는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일하고 있진 않지만,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의 이름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윤석열 정부 유력인사와 관계가 있거나 현 정권을 지지하는 등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한일은행 출신 OB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내부 출신 중 하나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연이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임 전 위원장과도 런던 법인장 재직 시절 동시기에 같이 영국에 있었던 인연이 있다. 당시 임 전 위원장은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이었다. 

김 전 수석부행장은 휘문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후 런던·대방동 지점장, 시너지팀장, 중소기업영업본부장, 준법감시인, 업무지원본부장, 시너지추진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기업·고객·해외 영업·업무지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수석부행장에는 2011년도에 선임됐다.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도 언급되고 있다. 남 전 부문장은 여의도고 출신으로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선·후배지간이며, 윤 대통령 후보 시절 금융인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상업은행 출신인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우리은행 외환사업단장 상무,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국내그룹 부문장으로 임명됐다.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또한 윤 대통령 후보 시절 금융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또 그는 학성고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인 복두규 기획관과 동문이기도 하다. 

권 전 행장은 건국대를 나와 상업은행 입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홍보실장·대외협력단장·IB그룹장을 거치면서 영업, 홍보, 전략, 투자은행 등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우리은행장에는 지난 2020년에 취임했으며 이듬해 연임에 성공했다. 

더불어 올드보이가 아닌 현재 계열사 CEO로 재직 중인 인사 중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신윤핵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충청남도 같은 고향 출신이며, 그와 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미래전략단 상무,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거치고 지주사 수석부사장을 역임하면서 전략, 재무, 인수합병 등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 또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회장 후계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진 이사회의 사내 이사는 손태승 회장 한명 뿐이었다. 우리은행장에는 올해 3월 선임됐다. 

이와 같은 후보군에 결국 우리금융이 현 정권의 외풍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의 공적자금을 대부분 상환하고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했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친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여전히 정부의 그늘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친정부 성향의 인물이 선임된다면) 정치권 입맛대로 은행의 경영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권과 친한 경영진은) 끊임없이 정치권과 연계를 고려하면서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현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7명은 키움증권, 푸본생명, 한국투자증권, 유진PE, IMM PE 등 지분 4% 이상 과점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금융사 특성상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데 있어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부 기관 주주의 영향 역시 친정부 인사 선출 가능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관치금융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스러운데 특히 국민연금이 2대 주주인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며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정치적 입김에 휘둘려 주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이번 인선에서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면 국민연금(7.86%)이 우리금융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의 가치 제고를 위해 도덕성과 경영 능력이 확인된 임원을 선임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회장직에 앉아 있는 손태승 회장에 대해서는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중징계에 대한 불복 소송에 손 회장이 나설지 미지수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됨으로 손 회장이 내년 초 연임에 도전하려면 행정 소송을 제기해 징계 확정 시기를 늦춰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해서 아직 고심 중인 것 같다”며 “최근 이복현 원장의 경고성 멘트가 나오면서 밖에서는 (손 회장이 소송을 포기할 것으로)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전부 고려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국의 센 발언들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이 정도 언론에서 접근하면 어떠한 방향성이 나왔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한 마디도 안 나오고 있는 거 보면 신중하게 장고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소송을 안 하면 잘못을 인정한 게 돼 배임이 되니 해야 된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회사에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싶어 손 회장이 결국 안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고 판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지난달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의 불복 소송과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 행정 소송을 걸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기획취재팀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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