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1층에는 막걸리 양조장, 2층에는 맥주 브루어리, 3층에는 와이너리, 4층에는 증류소가 있는 곳. 게다가 이 모든 술을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꿈 말이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듯하다. 그런데 다소 황당한 꿈이 현실화됐다.

경기도 가평군이 예비창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유양조장을 만들어 지난주 개관식을 했다. 정식명칭은 가평군 공유양조벤처센터 ‘술지움’이다. 막걸리와 약주, 와인, 맥주, 그리고 증류소주.

게다가 오크통에 숙성한 브랜디까지 만들 수 있는 곳이다. 5개의 주종에 관한 면허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설비 조건을 갖추고 있어 실제 양조 면허도 가능하다. 특히 생산설비들은 온도 컨트롤까지 완벽하게 이뤄지고 교반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양조장을 만들어서 운영해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조체험을 공유하는 시설이 만들어진 것도 국내 처음인데다, 다섯 가지 주종의 생산시설을 모두 갖춘 곳도 국내 처음이다. 따라서 공유양조벤처센터는 우리 술과 관련한 하나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가평군은 양조면허에 적극적이지 않다. 전국에 20여 개의 우리 술 교육기관들이 배출하는 예비창업자들이 이 공간에서 상업 양조 규모로 술을 직접 빚으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돼주길 바라는 것이다.

또한 전국의 양조관련 학과의 학생들도 이 공간을 이용하면서 양조인의 꿈을 키워가 주길 바란다. 그래서 향후 2년 동안은 가평군의 지원을 받으며 소프트웨어를 채어갈 예정이다.

이곳에 설치된 양조장비는 맥주 장비가 500리터 발효통을 10개 갖춰 총 5톤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으며 다단식 동증류기도 500리터 규모다. 웬만한 증류소의 증류기보다 규모가 크다. 막걸리와 약주도 500리터 발효통을 7개 갖췄으며 와인도 같은 규모로 갖췄다. 여기에 255리터들이 유럽산 오크통을 28개 구비했다. 이 오크통 중 18개는 가평의 사과와 포도로 빚은 와인이 채워질 예정이다.

사실 가평은 양조장이 제법 많다. 잣막걸리로 유명한 ‘가평우리술’을 포함해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이 5개 있으며 수제맥주도 카브루와 크레머리 등 유명한 양조장 두 곳이 자리하고 있으며, 와인을 생산하는 곳도 6개에 달한다.

게다가 가평 자라섬에선 막걸리 축제도 해왔던 곳이다. 나름 술에 관한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곳이다 보니 양조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공유양조벤처센처의 추진단장을 맡아 일해온 박성기 가평우리술 대표는 “이곳은 술에 관한 멀티플렉스관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청정지역이자 유명관광지가 곳곳에 있는 만큼 양조체험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직접 술을 빚고, 게다가 마실 수도 있는 공간이므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박 단장은 덧붙였다.

술지움은 총편적 981㎥이며 1층에는 양조설비를 갖춘 양조공간이며 2층은 시음장과 체험장, 판매장 및 양조카페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양한 우리 술을 구매도 할 수 있고, 시음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된 것이다.

한편 개관식에선 참석자들이 가평쌀로 막걸리빚기 체험을 했는데 여기에 들어간 누룩은 송학곡자와 진주곡자, 산성누룩, 정읍누룩 등 4종을 사용했다. 전국 규모로 양조체험장이 활성화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