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인하·조달금리 인상 겹친 탓
제도권에 밀린 서민, 사채시장으로 내몰려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탈까지 잇따라 대출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보수적으로 대출관리를 하던 중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다. 제2금융권 대출 한파에 서민들의 급전(急錢)줄이 꽁꽁 얼어붙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업계 자산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을 포함한 22개 저축은행이 토스를 비롯한 외부 플랫폼을 통한 신규대출을 막고 자체 채널로만 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 대출에서 신청을 받지 않는 건 사실상 대출을 중단한 것과 다름없다.

캐피탈 업계 1위 업체인 현대캐피탈도 외부 플랫폼에서의 신규대출 영업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중소형사인 OK캐피탈과 웰컴캐피탈, DGB캐피탈도 신규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한도를 크게 줄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4.84%로 집계됐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14%를 넘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 여파로 11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4조2866억원으로 한 달 새 5456억원 줄었다.

이처럼 제2금융권 여신전문금융사들이 대출을 조이는 건 급격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여전채 금리가 크게 올라 부담이 커져서다.

조달비용은 계속 오르는 데 반해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제한돼 있어 저신용자에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손 비용과 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신규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저소득, 저신용자 등 서민 취약계층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 20%로 최고금리가 고정되면 현재와 같은 상황(기준금리 3%, 물가상승률 5% 가정) 아래 약 40만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량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업계 상황에 맞춰 변화를 주는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총량 중심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서 벗어나 가계부채 부문별 맞춤형 관리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현재 20%인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 전체적으로 신규대출에 보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며 “조달금리가 올라 부담이 커진 데다 법정 최고금리(20%)가 정해져 취약차주 대출을 취급할 수록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제도권에서 밀려난 취약차주들이 사채시장으로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법정금리를 올리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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