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실효성 논란, 수요 예측 실패, 정책 간 충돌 등으로 시행착오 거듭

목적과 취지 훌륭해도 성과 못 내는 정책금융은 무용지물

회심(悔心)의‘흥행몰이’로 기업과 경제에 희망과 용기 불어 넣어야

전국퇴직금융인협회(회장 홍석표, 김창배)는 부진한 정책금융을 활성화해 기업과 경제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을 것을 촉구했다.

정책금융이 흥행 부진이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환대출 실적이 저조하다. 2022년 9월 30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목표 금액을 8조5,000억 원으로 잡았다. 12월 15일까지 시행 두 달 반 동안 신청건수가 1만5,839건, 접수금액이 5,327억 원에 불과했다. 목표 대비 신청금액 비율이 6.3%에 그쳤다. 이 중 대출실행 금액은 2,202억 원, 목표의 2.6%에 머물렀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대상이 사업자 대출에 한정된 점이다. 사업자 대출을 받기 힘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상당수가 통장대출, 주택담보대출, 카드론 등 일반 가계대출을 융통해 쓰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부분보증도 원인이다. 은행이 부실 책임을 일부 져야 함에 따라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져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증비율은 신용보증기금 90%, 은행 10%다. 남이 한 대출을 떠안는 은행으로서는 10% 손실 위험까지 부담하며 대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 없다. 당연히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 실효성 논란은 새출발기금에서도 제기된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제한 등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피해 사업자가 보유한 협약 금융회사의 대출을 차주의 상환능력 회복 속도에 맞춰 조정해 준다. ‘소상공인 빚 탕감’이라는 이슈로 신청 창구가 문전성시를 이룰 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서비스 개시 2개월 후 작년 11월 말 기준 채무조정액은 1조7,489억 원, 목표 30조 원의 5.8%에 그쳤다.

수요 예측 실패였다. 새출발기금은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차주에만 원금 감면 혜택을 주다 보니 이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부실우려차주는 원금 감면이 아닌, 금리 감면이나 상환 기간 혜택 등에 그치다 보니 별 호응이 없었다. 조건마저 까다로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었다.

새출발기금의 수요 부진에는 또 다른 요인이 숨어 있다. 정책 간 충돌이다. 2022년 9월 말로 종료 예정이던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상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의 영향이 컸다. 차주로서는 만기 자동 연장과 원금은 물론 이자를 안 내도 되는 유리한 제도가 시행되는 마당에 굳이 그보다 조건이 불리하고 절차가 번잡한 새출발기금을 활용할 유인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성과가 부진하면 원인을 찾아내 손봐야 한다. 장애물이 생기면 치우고 문턱이 높으면 낮춰야 한다.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우면 느슨히 해야 맞다. 다른 정책이나 제도와 기능이 겹치거나 충돌하면 적이 조정함이 마땅하다. 목적과 취지가 훌륭해도 성과를 못 내는 정책금융은 쓸모가 없다. 나랏돈만 탕진할 뿐이다. 이 협회의 홍석표 회장은 “금융은 이론이 아닌 실제라”며 “계묘년 정초부터 회심(悔心)의 정책금융 흥행몰이로 기업과 경제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퇴직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공헌단체로서, 재직 시절 체득한 전문 지식 및 경험을 토대로 금융발전을 위한 의견을 개진하고 금융교육, 사회공헌활동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다. 6개 본부, 15개 지역센터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은 2,000여 명에 이른다. 2019년부터 금융해설사 자격증 제도를 운용하며 금융교육 전문강사, 금융 멘토를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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