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메리츠, 앱에서 의료비 청구부터
타사에 신청대행까지 ‘원스톱’ 해결
삼성·DB·KB, 서류 다운받아 수기체크 후
스캔해서 다시 제출해야…접수공간도 無

실손의료보험을 두 개 이상 가입한 중복 가입자라면 보험사는 치료비 청구 시 ‘비례보상’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실제 발생한 치료비만큼만 보상해주기 때문에 중복 가입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의 총액은 같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에 실손보험을 중복 가입했고, 30만원의 통원치료비를 청구했다면 두 회사에 각각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다. 이때 중복 가입자는 각각 15만원의 보험금(가입금액이 같을 경우)을 보험사에 따로 청구해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이에 보험사는 ‘실손보험금 접수대행 서비스’를 통해 하나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더라도 다른 보험사의 실손보험 계약까지 찾아서 대신 접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해상 애플리케이션 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화면 캡처. 현대해상의 경우 실손보험 중복가입자가 보험금 청구 시 다른 보험사에도 보험금 청구를 대행해주길 원하는지 여부를 묻고 있지만, 다른 보험사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없다.
현대해상 애플리케이션 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화면 캡처. 현대해상의 경우 실손보험 중복가입자가 보험금 청구 시 다른 보험사에도 보험금 청구를 대행해주길 원하는지 여부를 묻고 있지만, 다른 보험사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없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다수 보유한 손해보험사 ‘빅5’ 가운데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만 간편하게 중복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지난 2019년, 2020년부터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손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중복 가입여부를 확인한 뒤 접수대행 서비스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은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가입자의 중복가입 확인이나, 접수대행서비스 신청 여부를 묻지 않는다. 

대신 보험금 지급이 끝난 뒤 타사에서 받아야할 보험금을 대신 접수해주겠다는 안내만 할 뿐이다. 이 경우 가입자는 홈페이지에서 관련 서식을 다운받아 프린트를 해야 한다. 이후 수기로 동의 여부를 체크해 다시 스캔, 홈페이지나 앱에 올려야 청구대행 신청이 끝난다. 

이조차 홈페이지나 앱 내 청구대행 신청서를 접수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시 서류를 제출했던 방식대로 신청서를 올리라는 식의 안내뿐이다. 사실상 말만 ‘청구대행’인 서비스를 만들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모집할 땐 모바일 청약이라며 서류 한 장 없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작 보험금 청구 단계에는 소홀한 모습”이라며 “가입자 편익을 높이겠다고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외치기 이전에 내부 시스템부터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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