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규제로 사실상 ‘혜택 축소’ 불가
업계 불황에 애먼 소비자 피해만 증가
“카드분석 고도화된 만큼 규제완화해야”

부가서비스 축소 관련 금소법 규정
부가서비스 축소 관련 금소법 규정

2023년 1월 17일 14:4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카드업계 불황이 심화함에 따라 혜택을 많이 주는 ‘혜자카드’들이 단종되고 있다. 소비자 권익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업계는 관련 규제로 발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출시 후 정당한 이유 없이 혜택 축소가 불가능하다. 출시 후 3년이 지나면 축소가 가능하지만 해당 상품의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진 경우에 한해서다.

서비스 변동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카드사들은 혜택 축소 대신 발급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특히 혜택으로 비용이 많이 나가는 혜자카드 중심으로 단종하고 있다.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주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금리가 급등한 걸 고려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인 ‘카드의정석 포인트’와 '카드의정석 디스카운트' 등에 대한 발급을 중단했다. 앞서 카드의정석 체크카드 3종도 단종시킨 바 있다. 이외에도 신한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등에서 신규 카드발급을 중단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혜자카드를 단종하는 모양새다.

이에 카드사들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실 경영 차원에서 혜택을 일부 줄이는 건 감안할 수 있지만, 단종은 소비자 권익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조치라는 설명이다.

강형구 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카드 디자인, 혜택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발급한 카드를 지속 사용하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일방적으로 카드를 단종하는 건 이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가능하다면) 혜택을 일부 축소하더라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도 규제로 인해 단종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종보다 혜택을 일부 축소하는 게 카드사에도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관련 규제를 카드업계 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본다”라며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만큼 카드 혜택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소비자 피해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기준금리가 안정권에 들어오는 등 업황이 개선된다면 혜택을 다시 강화하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내 디지털화 및 데이터 사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해당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드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어려웠던 과거에는 서비스 유지 기간을 강제해 소비자 보호에 힘쓰는 게 맞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윤민섭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업계가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함에 따라 소비행태 분석에 따른 맞춤형 카드 추천이 가능하고 소비자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카드를 비교 선택할 수 있다”라며 “과거의 규제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무 유지기간을 강제하기보다는 변동 예고제 등으로 전환해 소비자로 하여금 유지 또는 카드변경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지나친 서비스 변경은 금융사 신뢰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서비스 변경에 대해 감독당국과 카드업계가 어떻게 협의하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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