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주연구소 설립 24년, 세미나 10년차
12종 술과 안주, 국악 공연까지 풍류마당 재현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올해로 창립 24주년이 됐다. 박록담 소장은 코로나로 지난 2년동안 열지 못했던 계절주세미나를 개최하며 술과 풍류를 즐기는 우리 문화를 재현했다.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올해로 창립 24주년이 됐다. 박록담 소장은 코로나로 지난 2년동안 열지 못했던 계절주세미나를 개최하며 술과 풍류를 즐기는 우리 문화를 재현했다.

고문헌에 있는 우리 술을 찾아 하나씩 재현하면서 가양주 문화를 되살려 온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올 1월로 설립 24주년이 됐다. 이와 함께 코로나 펜데믹 발생 이후 중지했던 ‘계절주 세미나’도 2년 만에 재개하며 풍류의 중심에 있었던 우리 술 문화 재현에 나섰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는 한국전통주연구소에 가진 겨울 세미나에는 50여 명의 일반 참석자들이 연구소 출신 술도가의 술과 궁중음식전문가들이 만든 음식을 같이 즐기는 한편 국악인들의 공연과 서예가의 시서(詩書)까지 즐기며 우리 술 문화의 진수를 경험했다.

이번 세미나는 33회째이며 햇수로는 10년을 넘겨 진행해 왔다고 한다.
 
전통주연구소는 매번 행사 때마다 시제(詩題)를 정하고 술과 음식은 물론 국악 공연을 같이 연결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인 참가자가 내는 참가비 5만원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술과 음식, 그리고 공연이 이어졌다.

이유는 공연자는 물론 음식전문가, 그리고 시서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모두 재능기부를 했기 때문이다.

박록담 소장은 “우리 전통문화는 예술과 풍류, 그리고 술을 함께 즐기는 문화”라고 말문을 연후 그동안 펜데믹 등으로 만날 수 없었으나 이렇게 다시 만나 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개회사를 대신했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예정된 6시를 훌쩍 넘어 7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이날 등장한 술은 모두 12종. 그리고 페어링된 음식도 12종이었으며 공연은 거문고와 가야금, 대금산조 그리고 심청가 등이 이뤄졌다. 박 소장의 말대로 입과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하는 행사였다.

▲한국전통주연구소의 33회 계절주세미나에 시음주로 제공한 술이다. 왼쪽부터 장성만리 초야 청명주 지란지교 일지춘 천비향 미로 화전일취 초록섬 일엽편주.
▲한국전통주연구소의 33회 계절주세미나에 시음주로 제공한 술이다. 왼쪽부터 장성만리 초야 청명주 지란지교 일지춘 천비향 미로 화전일취 초록섬 일엽편주.

이날 선보인 술은 서울 ‘ㅎ양조장’의 ‘초록섬’과 평택 ‘좋은술’의 ‘천비향’, 용인 ‘수불가’의 ‘두두물물(頭頭物物)’, 삼척 ‘미로’양조장의 ‘미로’, 순창 ‘친구들의술’의 ‘지란지교’, 춘천 ‘지시울양조장’의 ‘화전일취’, 장성 ‘해월도가’의 ‘장성만리’, 충주의 ‘중원당’의 ‘청명주’, 안동 ‘농암종택’의 ‘일엽편주’, 서울 ‘서로서로양조장’의 ‘초야’, 청주 ‘화양’의 ‘풍정사계 동’ 그리고 철원 노금주가의 ‘일지춘 소주’ 등 모두 12종류였다. 4종류의 막걸리와 5종류의 청주(주세법상 약주) 그리고 2종류의 소주가 참가자들에게 전해졌고, 여기에 맞춤한 안주들이 같이 페어링 됐다.

음식은 궁중음식연구가인 김연지, 박성희씨, 그리고 한식연구가인 김채옥씨, 조선호텔 한식셰프인 이미영씨, 세계음식연구가인 박양숙씨, 강릉 수울향 송분선 대표 등이 준비했다.
  
이날 시음주로 나온 술의 면모를 보면 상당수가 농림부 주최의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은 물론 대상 등의 수상 경력을 가진 술이며, ㅎ양조장의 초록섬과 서로서로의 초야는 최근 출시됐고, 미로의 백수환동주 미로와 노금주가의 일지춘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술이다. 

이와 함께 계절주세미나를 풍류마당으로 격을 높여준 국악인들은 적벽가로 지난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된 윤진철 명창이 고수를 잡고 거문고병창(박수연, 팔도유람가), 판소리 심청가(최호성), 가야금산조(송영숙), 수궁가(김소진), 한선아(지경다짐) 등이 연주와 소리를 들려줬다. 또한 김기상 화백과 신규열 화백은 시서로 참석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계절주세미나는 분기에 한차례 씩 진행하며 장소는 절기에 맞춰 지방을 순회하며 치러진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50여 명 정도의 일반인들이 참가했는데 우리 술에 대한 MZ세대의 인기를 반영하듯 30대의 젊은이들이 절반 이상 자리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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