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소설 〈풍파〉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
한국서 수형 멋진 나무는 천리포수목원에

▲가을이 되면 찬리포의 오구나무 잎은 붉게 물든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나무다.(사진: 천리포수목원)
▲가을이 되면 찬리포의 오구나무 잎은 붉게 물든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나무다.(사진: 천리포수목원)

루쉰이 192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풍파〉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강가의 흙마당을 비추고 있던 태양도 누런 빛을 서서히 거둬 들이고 있었다. 그 옆 강쪽으로 서 있던 오구(烏桕)나무 잎도 그제서야 말라붙었던 잎을 펴고 숨통을 느는 것 같았으며 꽃무늬 다리를 한 모기들이 그 아래에서 웅웅거리며 날고 있었다.>

20세기 초 중국의 격변기 신해혁명이 일어나고 8년 정도가 흐른 시점의 어느 한적한 강변마을 이야기다.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지만, 여전히 중국은 봉건에 갇혀있다. 루쉰은 이 문제를 문학적으로 풀고 싶었다.

〈풍파〉의 주무대인 강변마을에선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을 몸무게를 재서 지어왔다. 노파는 조우진(구근, 九斤)이며 손자는 치진(칠근, 七斤), 증손녀는 류우진(육근, 六斤)이다.

주인공 노파는 구근인데 증손녀는 육근이다. 노파의 이야기처럼 갈수록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감을 노쉰은 몸무게로 풍자했다.
 
이렇게 봉건에 갇혀있는 강변마을에도 우리의 당산목 같은 나무가 있었다. 노인과 남자들이 부채를 부치며 한담을 나누고 아이들은 뒤쫓기 놀이를 하며 나무 아래에 앉아 돌멩이를 만지기도 한다. 석양이 질 무렵에는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떼지어 몰려들기도 한다.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강쪽으로 서 있는 오구나무다. 까마귀 오(烏)자에 두레박 구(桕)를 사용한다. 강판권 씨는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에서 이 나무의 열매를 까마귀가 좋아하기 때문에 ‘오’를, 그리고 이 나무의 뿌리가 나이가 들면 마치 절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자를 쓴다고 적고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천리포 수목원에 있는 오구나무. 국내에 식재된 나무 중에 가장 수형이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천리포 수목원에 있는 오구나무. 국내에 식재된 나무 중에 가장 수형이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이동혁은 《나무를 만나다》에서 꽃의 끝이 살짝 휘는 것이 까마귀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오구(烏口)나무라고 적고 있다. 어떤 설명이든 모두 까마귀와 관계된 이름들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백과사전인 《송남잡지》와 《물명고》에는 오구(烏臼)나무라고 소개돼있다. 이것을 보면 까마귀 부리보다는 절구처럼 보이는 뿌리가 더 유력해 보이기는 한다. 

이 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양쯔강 이남의 형주 지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이 나무는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나무의 열매는 처음에는 푸르다가 익으면 검게 되는데 11월 이후 채취해서 종자의 껍질로는 백유를, 종자로는 청유를 얻었다고 한다. 백유는 초를 만들었고 청유는 등불을 밝히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중국에선 이 나무의 밭에는 세금이 적어 조세를 피하고자 곡식을 심지 않고 오구나무를 심기도 했다고 한다. 오구 열매의 수익이 높은데도 세금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편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하이에 14년을 머무는데, 상하이 시절엔 산천경개를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상하이 인근의 자이칭 별장에서 6개월을 보내면서 푸른 소나무와 오구나무의 홍엽(紅葉)이 어우러진 정취를 볼 수 있었다고 《백범의 길》 상권에 기록돼 있다. 김구는 상하이 난베이후의 가을 경치에 감탄하면서도 가을바람의 쓸쓸함을 같이 느꼈다고 한다. 

어찌 됐든 오구나무는 중국에서 이 땅에 들어온 나무다. 그런데 수목원을 제외하곤 이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1930년대 이후 들어왔지만, 일반에서는 즐겨 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식물도감에 소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부지방에서 관상수로 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나무의 수형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태안반도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이라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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