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위펀딩 대표이사

인천에 개항로라는 거리는 유동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건물은 비게 되고 우범지대가 됐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MZ들이 많이 찾는 거리로 바뀌게 됐는데, 그 시작은 오래전 폐쇄된 병원이 카페로 리노베이션(Renovation) 되면서부터였다.

이 병원의 건물주는 리노베이션을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대출 심사 기준이 없어 취급하지 못했다. 이때 온라인투자금융업자(구 P2P금융, 이하 온투업자)를 만나게 됐고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해 온라인으로 이 사업을 알리고 투자자들을 모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성사돼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됐다.

PF는 미래가치에 기반해 그 가치로 도시공간이 변할 수 있도록 자금을 수혈해주는 역할을 한다. 개항로의 사례처럼 슬럼화된 지역에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 활용된다. 아파트처럼 대규모 재개발이 될 수 없는 노후 주택밀집지역에 PF를 통해 신혼부부나 청년을 위한 신식의 주거 공간이 공급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규 시설들은 예전보다 강화된 건축법 등이 적용돼 소방, 안전, 장애인, 환경, 주차, 도로 등의 부분에서 도시공간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PF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부동산 건설자금으로 활용되는데, 건설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77인 반면, 부동산 건설은 8.36이나 된다. 실제 위펀딩에서 PF대출을 실행하면 건설자금 중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된다.

PF는 온투업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온투업의 대출액이 연간 2배씩 성장하던 시기인 2017년에서 2019년에 PF는 전체시장의 1/3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고금리와 큰 금액 때문이었다.

부동산 개발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PF시 높은 이자 지급이 가능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애플이나 삼성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25%, 14% 수준인데, 국세청에 의하면 부동산 개발업의 영업이익률은 90.7%에 육박해 높은 이자비용을 지급하고도 사업성이 괜찮았다.

온투업 회사들은 한 건당 몇천만원짜리 신용대출을 다수 취급하는 것보다는 몇십억 이상의 PF를 한건 취급하는 것이 그들의 실적인 대출 취급액을 늘리기에 용이했다.

실제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을 수 없던 디벨로퍼도 온투업을 통해 사업을 키워나가며 도시에 새로운 공간과 고용을 창출해 나갔다. 현재 대출잔액 기준 상위업체들은 이 시기에 PF대출을 통해 함께 성장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PF는 거의 발자취를 감췄다. 온투업자의 비도덕성 또는 비전문성으로 인한 PF 상품의 부실화, 회사 운영 중단 등의 사건 사고가 다수 발생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 금융당국, 온투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모두 PF를 다루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온투업체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수긍하며 PF의 높은 취급 난이도를 인지하면서 취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PF를 취급하는 회사는 발자취를 감췄고 온투협회에 PF대출로 등록된 업체는 위펀딩이 유일하다.

2022년 12월 기준 상품유형별 대출잔액(자료: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
2022년 12월 기준 상품유형별 대출잔액(자료: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

미국의 경우 Fundrise, RealtyMogul, CADRE와 같은 부동산 전문 P2P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미국 전역에 주택, 호텔, 물류센터, 오피스빌딩 등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Affordable House(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에도 PF에 참여하고 있다. 위펀딩은 2021년에 미국에 방문해 이들을 만났는데 부동산 투자 분석을 기술로 고도화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PF 상품을 다루고 있다고 들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PF를 온투업자가 잘 이용하면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고, 디벨로퍼에게 자금을 수혈해 높은 고용창출 효과가 생기고, 도시에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 관리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이는 기술기반회사를 지향하는 온투업자들의 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묻고 싶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할까?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

온투업자의 PF 대출금은 대부분 건설현장의 공사 인부들의 월급으로 지급되고 이는 생활비로 활용된다. 서민들의 재정 상태에 도움을 주고 소비도 진작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서민에게 대출을 해줘 빚을 늘리는 것이 아닌 소득을 늘려 건강한 재무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온투업만이 할수 있는 PF의 또 하나의 가치가 아닐까?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