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김씨(남, 43)는 자택 계단 등을 걷다가 넘어지며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우측 슬관절 후방십자인대 파열, 우측 슬관절 대퇴골 내과 관절연골결손, 우측 슬관절 슬내반증 등의 상해가 이유다.

김씨는 기존에 이미 갖고 있던 장해가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같은 신체 부위에 다시 후유장해가 발생했다. 보험사는 기왕장해 부분만큼은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김씨는 그러한 약관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맞섰다. 보험사의 보험금 삭감(감액 지급)은 타당할까.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29917, 229924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이와 같이 정액보험인 상해보험에서는 기왕장해가 있는 경우에도 약정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감액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기왕장해 감액규정과 같이 후유장해보험금에서 기왕장해에 해당하는 보험금 부분을 감액하는 것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위 감액규정이 이미 법령에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지 않는 한 보험자는 위 감액규정을 명시·설명할 의무가 있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을 말한다. 그 본질은 정액보험이다.

정액보험은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이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계약 체결 시 약정한 대로 정액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사고로 인해 후유장해가 발생한 이상 약정한 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손해보험과 다르다.

법원은 보험사의 감액규정을 예외로 봤다. 만일 보험사의 약관에 감액과 관련한 규정이 있다면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돼야 한다는 것이 위 판결례의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보험사의 상해후유장해 약관은 어떻게 쓰여 있을까

보장개시 전의 원인에 의하거나 그 이전에 발생한 후유장해로서 후유장해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되지 않았던 후유장해가 있었던 피보험자의 동일 신체 부위에 또다시 후유장해가 발생했을 경우 기존 후유장해에 대한 후유장해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고 최종 후유장해상태에 해당되는 후유장해보험금에서 이미 지급받은 것으로 간주한 후유장해보험금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한다”

대표적인 ‘보장개시 전의 원인에 의하거나 그 이전에 발생한 후유장해’가 기왕장해다. 이는 보험사고 이전에 기왕에 발생한 장해를 뜻하는 것으로서 넓게 기왕증이라고 표현한다. 기왕 부위의 장해만큼은 보험사고와 관련이 없으므로 그만큼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외래의 사고에서는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공동 원인이 돼 상해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단, 이는 실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의 성격일 뿐, 정액보험인 상해보험과 다르다.

그런데 보험사가 기왕증만큼 감액하겠다는 것은 정액보험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므로 충분하고 자세한 설명을 요하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보험사의 상해보험 감액규정과 설명의무 사이에서 설명의무에 손을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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